[사설] 대선판 뒤흔든 안철수 불출마 종용 파문
입력 2012-09-06 22:03
파문 일으킨 새누리당 정준길 책임져야
유력 대선주자인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측과 안철수 서울대 교수 측이 어제 한바탕 일전(一戰)을 치렀다. 안 교수 측 금태섭 변호사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포문을 열었다. 새누리당 대선후보 공보단의 정준길 공보위원이 지난 4일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와 안 교수가 대선에 출마하면 뇌물과 여자 문제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게 회견 골자다. 안 교수가 안랩 설립 초기인 1999년 산업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투자팀장에게 주식 뇌물을 제공했으며, 음대 출신의 30대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고 있었다면서 “대선에 나오면 죽는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정 위원이 1시간여 뒤 기자회견을 갖고 반박했다. 출근길에 서울대 법대 친구인 금 변호사에게 휴대전화를 걸어 주식 뇌물과 여자 문제 등 시중에 떠도는 안 교수 관련 의혹들에 잘 대비해야 할 것이라는 취지의 얘기를 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점에 대해선 그럴 입장에 있지 않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사실을 과장하고 있지 않은 부분까지 이야기하는 금 변호사 기자회견을 안 교수가 승낙하고 동의했는지 되묻고 싶다”고도 했다.
두 사람의 주장은 진실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선 불출마 종용 여부에 대한 견해부터 상반된다. 금 변호사는 “수차례 협박했다”고 말했고, 정 위원은 “친구 사이의 대화를 놓고 협박이다, 종용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했다. 또 금 변호사는 정보기관 또는 사정기관의 조직적인 안 교수 뒷조사 의혹을 제기했지만, 정 위원은 “과대 포장한 것으로 유감”이라고 했다. 녹취록도 없어 무엇이 진실인지 헷갈린다.
하지만 정 위원이 금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안 교수와 관련해 두 가지 의혹을 언급한 점은 사실로 밝혀졌다. 정 위원도 “말한 것 같다”고 인정했다. 아무리 시중에 떠도는 것이라지만, 그리고 20년 친구인 금 변호사가 무슨 내용이냐고 자꾸 물어 대답했다지만, 정 위원이 직접 의혹을 전달한 것은 충분히 오해를 살 만한 대목이다. 안 교수에 대한 검증 공세가 강화되고 있던 터라, 금 변호사 입장에서는 안 교수에게 즉각 사실 여부를 확인할 정도로 정 위원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정 위원은 개인적으로 억울한 부분이 없지 않겠으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가 검사 출신이어서 더욱 그렇다 “20여년 가깝게 지냈던 친구를 잃어 가슴이 아프고, 정치에 환멸을 느낀다”고 했지만, 본인의 실수가 주요인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정 위원은 새누리당 대선기획단에서 사퇴하는 게 옳다.
새누리당은 안 교수에 대한 불출마 종용과 불법 사찰 등 금 변호사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면 즉각 사과해야 할 것이다. 박 후보 주변에 포진한 인사들은 이번 파문을 계기로 구화지문(口禍之門)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안 교수 측은 사찰의혹을 내세우며 검증과정을 피해가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