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종자연 사태 요지부동 인권위, 감사원이 나서라
입력 2012-09-06 18:49
국가인권위원회가 종교적 균형을 잃은 종교차별 실태조사 용역을 그대로 밀어붙이기로 했다. 사실상 불교단체로 드러나 연구 용역 수행에 부적절한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에 대해서도 종교 편향성이 없다는 주장을 고집하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종자연의 편향성에 대한 조사 등을 요청하는 질의서를 보내자 최근 답신을 보내면서 “국가기관에서 특정 기관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비공식적 조사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거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특정 종교단체의 입김을 받는 단체가 학내 종교차별 문제를 조사하는 것은 허용하면서 조사기관 자체의 종교 편향성 여부는 따지지 않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조사를 할 수 없다면 최소한 연구용역은 중지하는 게 옳다.
또 지난 5월 종자연과 맺은 연구용역 계약에 하자가 없었다고 인권위는 주장했다. 비록 수의계약이긴 하지만 경쟁입찰에 준하는 방식으로 심사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당시 심사가 목회자 심사위원이 불참하고 심사위원이 아닌 승려가 대신 참여한 가운데 이뤄졌다는 사실은 무시했다.
종자연은 2005년 참여불교재가연대의 발의로 설립된 단체로, 특정종교의 틀을 넘겠다는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기독교 폄훼에 앞장서 왔다. 사랑의 교회 건축과 관련한 분쟁에서 교회를 비판하는 쪽에 섰지만 봉은사의 불법 건축물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기독교 관련 사항은 시시콜콜 문제를 삼으면서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 등에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게 기독교계의 지적이다.
국가기관인 인권위가 편향성 시비를 뻔히 알면서도 한국 교회가 운영하는 각 학교의 종교 교육 등을 조사할 권한을 이 단체에 부여한 것은 문제다. 이 때문에 기독교계는 범 교단 차원의 ‘종교편향 기독교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공동대응하고 있다. 교계는 인권위와 대화에 나섰으나 성과가 없자 중단했고, 용역 계약 관련 정보공개 요구에 응하지 않자 행정소송을 냈다. 대책위는 각 종립 학교에 종자연의 조사를 거부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첫 단추를 잘못 꿴 일을 밀어붙이려 하지 말고 잘못이 있다면 즉시 바로잡아야 한다. 편향성 시비에 휘말린 용역 조사를 강행한다고 얼마나 균형 잡힌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며, 이를 토대로 인권 대책을 내놓는다고 누가 받아들일 것인가. 무엇보다 자기 잘못 시인에 인색한 인권기관이 어떻게 사회의 인권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있겠는가.
인권위가 문제 해결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담당 국회 상임위인 운영위가 이 문제를 다뤄 해법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휴지조각이 될 게 뻔한 보고서 용역에 거액을 쏟아 붓는 행태에 대해서는 감사원이 나서 예산 낭비를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