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安 전쟁] 광주·전남 경선에 ‘찬물’… 민주 “하필 같은 시간에”

입력 2012-09-06 21:32

민주통합당의 ‘텃밭’인 광주·전남지역 대선 경선이 시작된 6일 오후 3시, 공교롭게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의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세상의 관심이 안 원장 측 목소리에 집중되면서 민주당 광주·전남 경선은 졸지에 ‘찬밥’ 신세가 됐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안 원장 측 기자회견이 끝나자 “왜 하필 같은 시간에 열렸는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비문(非文·비문재인) 진영의 모바일 투표 공정성 시비로 당 경선이 혼란을 거듭하는 와중에 아예 국민 관심 밖으로 밀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날 경선은 대선후보 선출을 위해 결선투표까지 할지 말지를 가늠하는 승부처로 꼽혔다. 이 당직자는 “누가 이겨도 주목받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앞으로는 더 문제다. 안 원장 측이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 측으로부터 ‘협박’당했다고 폭로하면서 당분간 양측 공방 국면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 이는 민주당 경선 흥행에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총 13곳 중 8곳을 마친 민주당 순회경선은 부산(8일), 세종·대전·충남(9일), 대구·경북(12일), 경기(15일), 서울(16일)을 남겨두고 있다. 선두인 문 고문의 누적 득표율이 50%를 넘지 못하면 23일 1, 2위 결선투표를 하게 된다. 다른 당직자는 “서울과 경기지역 경선이 선거인단도 가장 많고 핵심인 만큼 다시 주목받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 잔치만 잘 치르면 된다”고 말했다.

‘반전’을 노리고 있는 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 2∼4위 주자들도 긴장하는 표정이다. 국민적 관심이 안 원장에게 쏠리면 나머지 경선에서 문 고문 독주 체제를 무너뜨릴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손 고문 측 관계자는 “민주당 경선에 찬물이 끼얹어진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당과 각 경선캠프는 이런 우려 속에서도 안 원장 측 기자회견과 관련해 새누리당 박 후보를 공격했다. 박용진 당 대변인은 “사실이라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며 “이명박 대통령과 박 후보의 최근 단독회담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짐작할 수 있다. 박 후보는 안 원장 뒷조사와 관련해 어떤 정보를 넘겨받았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문 고문 측 윤관석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5공식 공포정치의 부활을 보는 것 같다. 박 후보는 즉각 사실관계를 밝히고 사실이라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 했고, 손 고문 측 김유정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역사를 과거로 돌리는 것도 모자라 자유당 시절에나 있을 법한 치졸한 협박을 일삼는가. 즉각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