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학교가 머리 맞대니 ‘학교폭력 해법’ 길이 보이네
입력 2012-09-06 18:12
손내민 과천중학교-손잡은 과천교회 이야기
지역 학교가 이웃 교회와 머리를 맞댔다. 왕따, 자살, 학교 폭력을 함께 예방해 보자는 취지로 뭉쳤는데, 손발이 척척 맞았다. ‘좋은 일 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지역 내 복지단체와 자원봉사자들까지 가세하니 ‘종교편향’ 논란은 발붙일 틈이 없다. 과천교회(주현신 목사)와 과천중학교(교장 최경숙)가 함께 펼치기 시작한 학교폭력 예방활동 얘기다.
◇부활절 만남
지난 4월 중순의 어느 날, 과천교회 교육담당 교역자들이 과천중학교를 방문했다. 부활절이 막 지난 때라 교회 측은 작은 선물(유리 식기)을 마련해 학교 교직원들에게 전달한 뒤 간담회를 갖는 중이었다. “요즘 이곳저곳에서 가슴 아픈 일들이 터져서 걱정이에요. 우리 학교도 순찰대나 상담인력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학교 관계자)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왕따, 자살 문제 등에 대한 토로였다. “교회가 도움을 주면 좋을 것 같은데요. 교회에 다양하고 우수한 분들이 많거든요. 한번 검토해보면 어떨까요.”(교회 관계자)
◇소망이 현실이 되다
허심탄회하게 나눴던 그날 대화는 묻혀지지 않았다. 지난 6월 중순, 왕따 피해자인 중·고학생들의 자살과 학교폭력 관련 소식이 연일 톱뉴스를 장식하던 때였다. 교육 당국의 요청으로 학교 측은 자살 및 고위험군 학생에 대한 심리상담을 해야했다. 과천 중학교가 교회 측에 연락을 했다. 교내 상담사 수가 부족하니 전문 상담가를 지원해 줄 수 있느냐는 요청이었다. 교회 측은 인력 풀을 가동했다.
교회 산하 복지재단인 하늘행복나눔재단에는 꾸준히 상담교육을 받아온 박사급 고급인력이 포진해 있었다. 교회 측은 이들을 포함, 타 교회 및 지역복지재단에 소속된 전문 상담가 10여명을 학교 측에 제공했다. 이들은 4일 동안 60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실시했다. 교회 측은 이 일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이진우 과천교회 교육담당 목사는 “학교는 물론 상담 기관들이 청소년 선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됐다”면서 “상담 업무를 돕는 데 교회가 나설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회 ‘학습멘토링’에 지역사회까지 동참
시범사업격인 심리상담 협력을 성공적으로 마친 양측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학교 측은 교회에 또 한 가지를 제안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7월부터 학습부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지도를 겸한 ‘학습 멘토링’을 의뢰한 것. 교회 측은 흔쾌히 수락했다. 교회 측은 이른바 ‘교육재능기부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내용을 주일 주보에 게재했다. 그런데 과천교회 성도뿐만 아니라 타 교회, 지역 사회에서 활동하는 교육 전문가들까지 관심을 보였다. 교회 측은 이들 중 과거 중학교 교사와 논술학원 강사 등 전문가 6명을 모아 7명의 학생을 주 1회 2시간씩 지도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습지도는 물론 도서선택 등 세밀한 부분까지 문자메시지나 대화를 주고받으며 지도했다. 또 출결 일지와 교육 내용을 해당학생 교사에게 충실하게 보고했다.
◇교회-학교의 학교폭력 예방 ‘롤모델’로
공조 3개월 만에 교회와 학교 측은 한발 더 나아가 서로의 청사진을 공유했다. 양측은 학교 내에 이른바 ‘대안교실’을 마련해 학생들의 학습의욕과 목표의식을 고취시키는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교회 내 성도들을 활용, 직업 안내 강좌 등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양측은 연구를 거쳐 연내에 이와 관련된 협정식을 맺을 계획이다.
종교편향에 대한 지적은 없을까. 이 목사는 “‘예수천당 불신지옥 교회등록’으로 이어지는 노골적인 복음전달 방식이 문제”라면서 “학교 측이 요구하는 순수한 선도 목적으로 이 사역을 진행한다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상대방이 필요한 부분을 순수한 의도로 채워주는데 사역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다른 단체들이 동참할 수 있는 문호도 열어뒀다. 과천중학교 전완근 교감은 “이런 협력은 교육기관이라는 특성상 학교 관리자들과 학교 구성원들의 합의와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면서 “이제 시작단계인 만큼 성공사례를 많이 만든다면 타 교회는 물론 다른 종교단체들도 충분히 벤치마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