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난민구출네트워크 등 각국 中대사·영사관 앞서 동시집회… “中, 탈북민 북송 중단하라”

입력 2012-09-06 20:53


세계 37개국 48개 도시에서 6일 일제히 중국 정부를 향해 ‘탈북난민 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탈북난민구출네트워크(공동대표 서경석 목사 등 3인)와 탈북난민북한구원한국교회연합(탈북교연·대표회장 김삼환 목사) 등은 대만 타이베이, 네덜란드 헤이그, 브라질 상파울루, 케냐 나이로비 등 각국 중국대사관 및 영사관 앞에서 이날 정오를 기해 집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우리나라 3개 도시(서울, 부산, 광주)에서 1500여명이 모인 것을 포함해 4000∼5000명 정도가 전 세계 동시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집회는 지난 2월부터 북송반대 집회를 열어온 탈북난민구출네트워크가 탈북교연과 함께 전 세계 한인교회에 협조를 요청해 이뤄졌다. 이들 단체는 지난 6월 27∼28일 26개국 한인교회 목사 38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회의를 갖고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북송반대 집회를 열기로 결의했다. 오는 11월 1일로 예정된 두 번째 집회는 50개국 60개 도시로 확대할 계획이다.

집회 참석자들은 “중국 정부는 세계인권선언과 국제난민협약의 강제송환금지규정, 유엔의 거듭된 권고를 받아들여 탈북자 강제북송을 철회하고 이들이 원하는 나라로 보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중국에서 탈북자를 돕다 공안에 붙잡혀 60일째 억류 중인 전재귀 목사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우리 정치권에 대해선 제19대 국회에서 빠른 시일 내에 북한인권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 집회에선 탈북자 출신 가수 한옥정(35)씨가 연사로 나와 “아버지가 2006년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려다 대사관 앞에서 붙잡혀 북한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갔는데 여태 생사를 모른다”며 “며칠 전 아버지 생신이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눈물 흘리는 것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씨는 “하나님은 김일성, 김정일만 찬양하는 북한 주민들을 통일된 뒤 하나님을 찬양하는 사람으로 만들게 하려고 나를 미리 탈북시킨 것 같다”면서 “김일성 동상을 깨부수고 십자가가 세워지는 그날까지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중요한 이웃인 중국을 협박하거나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개명된, 존경 받는 나라가 되도록 호소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인권을 보호하지 않는 나라는 세계 지도국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 우동 중국영사관 앞 집회에는 전 목사의 사모 박성자(48)씨가 참석해 탄원서를 낭독했으며, 전 목사 석방을 촉구하는 10만인 서명운동도 진행됐다.

탈북교연 상임회장 최병두 목사는 “이번 모임이 중국 정부가 탈북난민 북송을 중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운동은 궁극적으로 남북통일을 이루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부산=윤봉학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