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미사일 협정 바뀔까] 北, 대남 정밀 타격력 “형편없다”…군사용 GPS 없고 장비 노후화

입력 2012-09-06 04:06

정부가 한·미 미사일 협정 개정 협상에서 사거리 800㎞를 굳이 고집하지 않는 데에는 북한의 정밀 타격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5일 “(협정이 개정돼) 사거리 800㎞가 되면 미사일 기지를 남부지방에 두겠다는 건데 그보다 위에 있어도 된다. 북한의 능력으로는 우리 미사일 기지를 타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미사일 기지는 지상에 노출된 게 아니어서 좌표 측정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확한 위치를 찾아가 (포탄이) 터져야 타격을 줄 수 있는데 현재 북한의 타격 능력과 기술로 봤을 때 우리 기지를 정밀 타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정밀 타격을 하려면 군사용 위치정보시스템(GPS)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지만 북한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는 암호 코드가 있어야 신호를 받을 수 있는 군사용 GPS를 일부 국가에만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사태를 통해 북한의 ‘형편없는’ 타격 능력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북한은 122㎜ 방사포 3개 중대 18문을 동원해 연평도로 170발의 포탄을 날렸고 그 가운데 80발만 연평도 안에 떨어졌다. 군인과 민간인을 합쳐 2000여명이 있던 연평도에서는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당국자는 “당시 우리 군부대에 떨어진 것은 몇 발 없었고 위력도 형편없었다”며 “민가는 부서졌지만 군부대는 그을음만 남았지 부서진 데가 한 곳도 없더라”고 말했다. 반경 2.5㎞ 내에 포격이 집중된 것을 감안하면 4명의 사망자 수도 많은 게 아니라는 분석이다.

연평도 포격으로 북한군의 탄약 노후화도 입증됐다. 북한군이 발사한 포탄 중 절반 이상이 바다에 떨어진 건 장약이나 추진체가 너무 오래됐고 변질돼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최근 전방부대 시찰을 하는 것은 노후한 장비 등 열악한 인프라로 떨어진 군의 사기를 고취시키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