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 서울대 교수팀, 기억 재저장되는 장소·과정 규명했다
입력 2012-09-05 19:29
기억이 안정적으로 재저장(재경화)되는 장소와 과정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 규명됐다. 이에 따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처럼 사고 후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기억을 지우거나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5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강봉균(사진) 서울대 교수팀은 기억의 재저장 과정이 모두 동일한 시냅스(뇌 신경세포의 연결부위)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을 바다달팽이의 일종인 군소 실험을 통해 최초로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최근 세계적인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경험은 저장, 유지, 회상의 재구성 과정을 거쳐 뇌에 기억되는데 이 중에서도 장기기억은 단백질 분해와 재합성을 통해 시냅스의 구조가 경화(硬化)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억이 수정될 때도 동일한 과정이 반복된다. 연구팀은 군소 실험에서 재저장 과정이 모두 동일한 시냅스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통증 경험으로 감각이 민감해져 기억이 반복적으로 재경화될 때도 단백질 분해와 재합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강봉균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앞으로 특정 기억을 유지하거나 지우는 데 응용돼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인해 생기는 정신질환 치료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