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고승욱] 랴오닝號
입력 2012-09-05 19:19
로널드 레이건, 에이브러햄 링컨, 체스터 니미츠, 칼 빈슨, 주세페 가리발디, 후앙 카를로스 1세, 니콜라이 쿠즈네초프….
레이건과 링컨은 미국 대통령, 니미츠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함대 사령관이었다. 빈슨은 민주당 출신으로 조지아주에서 50년 넘게 하원의원을 했다. 카를로스 1세는 스페인 국왕이다. 가리발디는 나폴레옹 3세의 침략에 맞서 싸운 이탈리아의 국민영웅이다. 쿠즈네초프는 2차대전 때 태평양함대를 지휘한 구 소련의 해군 제독이다.
시대와 국적이 다르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항공모함에 이름을 남겼다는 점이다. 전 세계 바다에는 현재 9개국 21척의 항공모함이 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국가원수나 국민영웅의 이름을 따서 짓는다.
미국은 엔터프라이즈호를 제외한 나머지 10척에 대통령, 장군, 정치인의 이름을 붙였다. 7번째 건조된 니미츠급 항공모함에 이름을 올린 존 스테니스 상원의원은 ‘미 해군 현대화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항공모함에 사람 이름이 붙지 않는 경우도 있다. 태국 항공모함 차크리 나루에베트는 ‘위대한 차크리 왕조’라는 뜻이다. 차크리는 현재 태국의 왕가다. 브라질이 2000년에 프랑스로부터 구입한 항공모함에는 브라질의 경제중심지이며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인 상파울루라는 이름이 사용됐다. 인도가 1987년 영국에서 사들인 항공모함의 이름은 비라트다. 힌두어로 거인이라는 뜻이다.
다음 달 1일 중국 건국기념일에 취역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의 첫 번째 항공모함 이름이 ‘랴오닝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북해함대에 배속되면 주둔지가 있는 성(省) 이름이 사용될 수 있다는 게 근거다.
하지만 아직도 정확한 이름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만을 정복한 청나라 장수 스랑(施琅)이나 일본과의 영토분쟁이 치열한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로 한다면서 말이 많았다. 스랑호는 대만을, 댜오위다오호는 일본을 자극할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 반대의견이 적지 않다.
중국 해군의 해군함정명명조례에는 순양함에 성(省), 구축함에 시(市), 구잠정(submarine chaser)에 현(縣) 이름을 붙이도록 하고 있다. 상륙작전용 함정에는 산 이름을, 보급함에는 호수 이름을 사용한다.
독도, 이어도 등 우리 영토에 주변국이 자꾸 시비를 걸고 있다. 우리에게도 해군의 중요성은 높아가지만 빠르게 힘을 비축하기는 녹록지 않다. 중국이 항공모함에 어떤 이름을 붙일지에조차 신경이 쓰인다.
고승욱 논설위원 swk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