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상반된 언행 논란] 안랩 임직원 스톡옵션 수십억 돈벼락
입력 2012-09-05 22:00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코스닥상장사 안랩(구 안철수연구소) 임직원 8명이 스톡옵션으로 65억원 이상의 차익을 챙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스톡옵션 대박’은 결국 개미 투자자들의 ‘희생’에 기반한 것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안 원장이 유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되면서 안랩이 정치테마주로 급부상,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 6월 말 현재까지 안랩 이사회가 부여한 스톡옵션을 갖고 있는 임직원은 모두 8명으로, 이들의 스톡옵션 취득 당시 주당 행사가격은 7650∼2만5100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안랩의 종가는 11만7000원이다. 만일 이들 8명이 이날 종가에 맞춰 1200∼3만6000주인 각자의 미행사 수량을 모두 행사했다고 가정하면 차익은 65억8063만원에 이른다.
그동안 안랩 임직원들은 안랩의 주가가 급등한 뒤 스톡옵션을 행사하거나 보유 자사주를 장내 매도해 많게는 수억원대의 이익을 거둬 왔다. 스톡옵션은 기업의 당연한 권리이지만 안랩의 경우 기업 펀더멘털이 개선되지 않았는데도 주가가 이상 급등한 테마주로 분류됐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남는다. 금융투자업계는 안랩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등락한다며 공식적인 분석조차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안랩 경영진이 스톡옵션으로 저가매수 격의 이득을 거둔다면 이는 개인투자자의 투기성 투자를 바탕으로 얻어진 성과”라고 촌평했다.
이상 급등에 따른 스톡옵션의 차익 실현은 ‘적절한 분배’라는 안 원장의 기업철학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안 원장은 최근 저서에서 “주주의 이익을 무한정 늘리는 것보다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분배와 보상을 해줘서 구매력을 키우는 것이 결국 기업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안 원장이 사외이사로 재직했던 포스코의 고 박태준 명예회장도 임원들의 스톡옵션 제도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안랩의 기업지배구조도 안 원장의 기업관(企業觀)과 상반된다는 비판을 초래하고 있다. 안 원장은 “경영진에 대한 보상과 감시가 제대로 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안랩에는 감사직을 겸한 사외이사들이 장기 재직하고 있다. 법조인 출신인 윤연수 사외이사는 1999년 10월부터 14년째, 권석균 사외이사는 2006년 3월부터 7년째 재직 중이다. 금감원 감리역 출신인 서남섭 사외이사는 2007년 3월부터 사외이사직을 맡았지만 그에 앞선 2002년부터 비상근 감사로 재직했다.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에 따르면 동일한 회계법인의 본부장(이사)은 연속으로 6년을 초과해 한 기업에 대해 감사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소장은 “국민연금은 내부 지침에 따라 사외이사직을 10년 초과해 재직할 수 없게 했다”며 “사외이사직을 2번 연임하거나 9년 이상 재직한다면 경영진과의 관계가 유착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Key Word-스톡옵션 (Stock Option)
임직원들이 자사주를 특정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 일반적으로 낮은 행사가격으로 취득한 뒤 주가가 상승하면 매도해 차익을 낸다. 1997년 제도를 도입한 뒤 우수인재 유치 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실질적인 경영성과가 스톡옵션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