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부실 ‘고질’… 비업무용 부동산 새 뇌관

입력 2012-09-05 10:48


저축은행의 ‘부실 도미노’가 멈추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기본적으로 ‘먹을거리’가 없어 생존이 쉽지 않다. 검사를 나가 보면 지금도 안 좋은 데가 꽤 있다”고 토로한다.

특히 저축은행의 비업무용 부동산이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불법·편법 대출을 숨기기 위해 사들인 데다 장부에 매긴 금액이 실제 가격보다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맞물려 비업무용 부동산은 저축은행의 생존을 위협하는 ‘암 덩어리’로 자라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비업무용 부동산을 불법 취득한 우리저축은행은 최근 기관경고를 받았다. 금감원은 지난달 초 현대저축은행(구 대영저축은행)이 2004년 9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취득한 상가건물 등 6건의 매각을 추진하지 않았다며 주의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대영저축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구조조정 때 퇴출돼 현대증권에 넘어간 전력이 있다.

비업무용 부동산은 기업이 돈벌이에 사용하지 못하는 토지나 건물이다.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는 원칙적으로 비업무용 부동산을 가질 수 없다. 대출자가 빚을 못 갚는 경우 담보로 잡았던 부동산을 ‘자기 낙찰’ 방식으로 취득할 수는 있다. 채권 회수를 위한 경매에서 직접 사들이는 것이다.

우리저축은행은 지난해 11월 담보권이 없는 비업무용 부동산을 취득해 문제가 됐다. 부동산 가격은 920억6800만원으로 3월 말 현재 우리저축은행의 자산 4512억원에서 20.2%나 차지했다. 이 은행은 3월 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20.46%까지 떨어졌다. BIS비율이 5% 아래로 떨어지면 금융당국이 구조조정에 나선다. 다만 우리저축은행처럼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경우엔 별도 BIS비율을 산출하고 구조조정 기준(0.49% 이하)도 낮다. 이 BIS비율이 우리저축은행은 1.62%다.

저축은행들은 부실 대출을 감추기 위해 자기 낙찰을 악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기 낙찰로 얻은 부동산은 실제 가격보다 10~40% 정도 높게 장부 가격이 책정된다. 건전성 지표를 속이는 셈이다. 이런 관행은 부실 대출 처리를 지연시키는 데다 부동산 경기가 더 나빠지면 저축은행 재무구조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비업무용 부동산을 적법하게 취득하더라도 가급적 1년 안에 되팔도록 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7월 금융위원회에 보낸 주의요구 통보서에서 “지난해 6월 말 전체 90개 저축은행이 보유한 비업무용 부동산이 현재 장부가격상 2조56억원”이라며 “장부가격의 70% 수준에서 매각된다고 가정하면 6000억원 규모의 부실이 은폐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 이후 10개 저축은행의 BIS비율은 5% 미만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비업무용 부동산은 고평가돼 있고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도 연계돼 처분하기 쉽지 않다”며 “팔면 손실이 커서 재무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털어놨다.

강창욱 이경원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