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면세점 사업 ‘신세계’ 여나

입력 2012-09-05 18:55


신세계그룹이 면세점 사업에 진출했다. 롯데와 호텔신라 양강 구도에 신세계가 뛰어들어 시장 판도에 변화를 일으킬지 주목된다.

신세계그룹은 계열사인 조선호텔이 5일 부산지역 면세점 사업자인 파라다이스호텔의 지분 81%를 931억5000만원에 인수하는 주식 양수 및 양도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기존 직원은 100% 고용승계를 할 계획이다. 또 외국 브랜드 일색인 기존 면세점에서 탈피해 한류 열풍으로 위상이 높아진 국산 브랜드 비중을 크게 높인다는 방침이다.

신세계는 세계 최대 백화점인 센텀시티와 내년 9월 개점 예정인 부산 프리미엄 아웃렛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파라다이스 면세점 인수는 부산시 및 신세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라다이스면세점은 매장 면적 6921㎡로 부산지역에서 가장 크다. 관광특구인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 있으며 지난해 매출액은 1450억원가량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산지역에 있는 롯데면세점 두 곳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파라다이스 측은 “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신세계는 이 지역에서 롯데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당장은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경쟁이 불가피하다. 국내 면세점 시장은 지난해 약 5조2950억원 규모이며 롯데가 51%, 호텔신라가 28.3%가량을 차지하며 양분된다.

백화점 사업과 달리 면세점을 새로 열려면 관세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은 신규 허가되는 외국인 전용 시내 면세점의 경우 대기업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번처럼 고용을 승계하며 인수한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신세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것은 백화점, 대형마트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보유한 신세계의 저력 때문이다. 풍부한 자금력과 유통업 경험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 경우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면세 사업은 정 부회장이 큰 관심을 가진 사업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는 부산에서 롯데와의 경쟁을 통해 면세점 운영 노하우를 확보한 뒤 세력 확대를 꾀할 계획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기회가 된다면 다른 지역에서도 면세점 사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