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케네디 전 상원의원, 산 롬니 혼쭐내다… 1994년 토론회서 롬니 공격장면 방영 박수 쏟아져

입력 2012-09-05 18:54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인 4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타임워너 케이블 아레나’. 무대에 오르는 연사마다 지난주 전당대회를 마친 공화당의 밋 롬니 대선후보에 대한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날 밤 전당대회장의 대의원과 지지자는 물론 생방송으로 지켜본 시청자들을 깊이 감동시킨 것은 미셸 오바마 대통령 부인의 연설이었다. 그는 ‘롬니’나 ‘공화당’이라는 단어조차 연설에서 쓰지 않으면서 오바마에게 4년의 기회를 왜 다시 주어야 하는지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연설의 백미는 오바마가 백악관에 입성한 뒤 추진한 여러 정책을 그의 개인적 역정 및 경험과 연결지어 들려준 대목이었다.

그는 “우리가 갓 결혼했을 때 두 사람이 매월 갚아야 할 대학학자금 빚이 주택담보대출 상환액보다 많았다”며 “우리는 너무 젊었고, 너무 사랑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너무 빚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수와 함께 큰 웃음이 터져나왔다. 미셸은 이것이 오바마가 그토록 대학생 학자금 지원을 늘리고 이자율을 낮추려 한 이유라면서 오바마는 젊은이들이 그들의 꿈을 이루고 많은 빚을 지지 않고 대학에 다닐 수 있는 것을 바랐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과 관련해 당시 주위에서 다른 때 추진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다면서 하지만 오바마는 사고와 질병으로 전 가족이 빈털터리가 되는 일이 미국에서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고 회고했다.

미셸의 연설은 중산층 유권자들에게 4년 전 그들이 지지했던 오바마가 변하지 않은 ‘같은 사람’임을 일깨우는 역할을 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미셸은 미국의 꿈을 이루는 것은 세대를 이어가는 ‘장기전’이라며 오바마에게 다시 기회를 주자고 호소했다.

롬니 후보의 경제회생 방안에 대해 가장 강력한 비판을 가한 것은 ‘리틀 오바마’ 훌리안 카스트로 샌안토니오 시장이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그는 대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 경기가 전반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다는 공화당의 ‘낙수(트리클다운·trickle-down) 효과’에 대해 “그들의 이론은 시험대에 올랐고, 이미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2009년 타계한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1994년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선거 토론회에서 상원의원 후보로 나선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공격한 장면이 상영돼 열기를 고조시켰다. 영상에는 현재 공화당의 정치적 약점이 된 낙태와 보건의료 문제에 관해 토론하면서 케네디 의원이 롬니 후보를 비꼬는 장면이 나와 대의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샬럿(노스캐롤라이나주)=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