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남중국해 갈등’ 진정국면
입력 2012-09-05 18:53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남중국해 분쟁을 둘러싸고 고조됐던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일단 진정 국면으로 돌아섰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이 당장 일본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과 무력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이 낮다는 미국의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양국은 이 문제와 관련해 기존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향후 상황에 따라 또다시 쟁점으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5일 베이징에서 양제츠 외교부장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미·중 양국은 악성 경쟁보다는 협력이 서로에게 더 좋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미국은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선입견이 없다”고 밝혔다.
클린턴은 그러면서도 “미국은 중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외교적 수단을 통해 ‘남중국해 행동수칙’을 제정할 것으로 믿는다”고 중국을 완곡하게 압박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에 대해 “클린턴의 방중은 일본과 중국 간 대립이 첨예화되자 양국 간 혹시 생길지도 모를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한 성격이 짙었다”며 “클린턴이 기자회견에서 완화된 발언을 한 것은 이에 대한 중국 측의 긍정적 답변을 들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 부장은 클린턴 장관과의 회담에 대해 “건설적이고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남해(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당사국 간에 양자 담판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중국의 기존 입장에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이틀간 일정으로 4일 중국을 방문한 클린턴 장관은 이날 오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차례로 면담했다. 그러나 차기 최고지도자를 예약한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은 예정됐던 클린턴과의 면담을 다른 일정을 이유로 취소했다. 이에 대해서는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미국의 행보에 간접적인 불만 표시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인민일보(人民日報) 해외판은 이날 칼럼을 통해 “미국은 중국과 인접국들을 이간질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도 “힐러리 장관은 댜오위다오나 남중국해 문제를 논의할 자격이 없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실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