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줄 마른 기업들 “사옥 팝니다”
입력 2012-09-05 21:21
기업 본사 사옥이 잇따라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일부 기업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에 대비하기 위한 자본 확충 차원에서, 또 다른 기업들은 유동성 위기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사옥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동양증권은 서울 을지로의 15층짜리 사옥과 주변 토지를 1400억원에 부동산펀드인 하나다올랜드칩 사모부동산투자신탁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한 후 임대하는 방식으로 사옥을 사용할 계획으로, 보유자산을 유동화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취지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비슷한 이유로 현대그룹은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연지동 본사 사옥을 코람코자산운용에 2262억원에 매각했다. 매각 후 임대 방식으로 우선매수청구권이 현대그룹에 있다. 하이트진로도 최근 서울 서초동 사옥을 엠플러스자산운용에 1340억원에 팔았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서울 여의도 소재 신한금융투자빌딩을 약 750억원에 매각했고, 신한금융투자빌딩 인근에 위치한 휴렛팩커드(HP) 빌딩도 매물로 나온 상태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건설사들도 자구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연이어 보유 부동산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삼환기업은 여의도에 위치한 자회사 삼환까뮤 본사 빌딩을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서울 소공동에 있는 토지 13필지와 지상건물을 부영주택에 1721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현금 확보를 위해 또다시 보유 부동산 매각에 나선 것이다.
역시 법정관리에 들어간 풍림산업도 서울 역삼동 본사 빌딩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풍림산업은 지난 6월 본사 건물 일부를 JR 제9호 CR부동산투자회사(리츠)에 약 930억원에 팔기도 했다.
부동산 자산관리업체들은 “최근 섣부른 투자보다 현금을 넉넉히 쌓아두려는 기업들이 늘면서 사옥을 팔아 임대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 알짜가 있어 그동안 잠잠했던 시장의 큰손들이 매물 고르기에 분주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