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어려운 사람 곁에 있어주는 것”… ‘1000시간 봉사올림픽 금메달’ 받은 양세규씨
입력 2012-09-05 18:39
“내 힘으로 뭘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은 없었어요. 그냥 옆에서 함께 있어준 게 전부입니다.”
그는 인생의 황금기인 4년의 대학생활 중 1568시간을 봉사활동에 쏟아부었다. 굳이 따지자면 4년(1460일) 동안 매일 1시간 이상은 타인을 위해 사용한 셈이다. 지난달 31일 열린 연세대 졸업식에서 ‘1000시간 봉사올림픽 금메달’을 받은 양세규(24·연세대 신대원 1년·사진)씨 얘기다. 그를 5일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저는 특별한 사명감으로 봉사를 해본 적이 없어요. 그저 아이들과 놀아주고 외국인 노동자 분들 얘기나 들어주고…. 그냥 마음을 나눈 정도랄까요. ‘봉사왕’이라니 정말 부끄러워요.”
양씨가 지난 4년 동안 자원봉사를 해온 곳은 서울 후암동에 있는 ‘나눔의 집’이다. 대한성공회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필리핀과 태국 등지에서 온 외국인노동자들과 그 가족들, 국내 빈곤가정 자녀들을 대상으로 예배와 공부방 운영, 근로상담 등 다양한 지원활동을 하는 곳이다.
양씨가 자원봉사에 입문한 계기는 우연에 가깝다. 꼭 4년 전인 이맘때,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의 소개로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참여하는 다문화 축제에 참여한 뒤 만남이 이어졌다.
“실은 그때 한창 ‘싸이월드’가 유행했는데 제 홈페이지에 외국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려고 행사에 갔었어요. 그런데 막상 그곳에서 이전에는 느끼지 못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인종의 외국인들과 함께 어우러진 공동체에 대한 행복감 같은 것이었어요.”
양씨는 행사가 열린 그 다음 주부터 매 주일 나눔의 집을 찾았다. 그가 맡은 일은 따로 없었다. 주일 예배를 함께 드리는 일부터 설거지, 청소, 행정업무, 이삿짐 나르기 등까지 다양했다. 외국인 노동자 가족들과 함께 점심·저녁 식사까지 함께하고 귀가했다. 이 일을 지난 4년 동안 한 주도 거르지 않았다. “집은 부산이에요. 명절이 되면 나눔의 집에 먼저 들러서 인사하고 귀향할 정도로 언제부턴가 이 일이 제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더라고요.”
그에게 봉사란 무엇일까. “세상을 보는 눈을 좀 더 넓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또 ‘하나님이 주신 세계는 분명 저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구나’라는 걸 깨닫게 해줬어요.”
그는 ‘나도 자원봉사 한번 해볼까’ 하는 이들에게 당부했다. “봉사를 통해 내가 가시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은 내려놔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아마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한 분들은 그냥 옆에 있어주는 걸 가장 고마워할걸요.”
글·사진=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