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범죄 수배자 9000명 되도록 경찰 뭐 했나
입력 2012-09-05 18:42
최근 5년 동안 강간, 강제추행 등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수사기관에 잡히지 않은 범죄자가 무려 9000여명에 달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해가 갈수록 성범죄자 검거율이 떨어져 2007년 90.5%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84.1%로 급감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성범죄가 2007년의 2배를 훨씬 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민의 안전이 점점 위협받는 셈이다.
성범죄자가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것은 무엇보다 공권력을 무력화시켜 이들이 법과 질서를 얕잡아 볼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재범 가능성이 농후한 성범죄자가 미검거 상태로 오랜 시간 방치될 경우 증거수집의 어려움 등으로 공소유지가 쉽지 않다. 수사기관의 능력을 비웃으며 범행이 대담해지고 흉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성범죄자를 빠른 시일 내 붙잡아 철퇴를 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는 노사갈등과 집단민원 등으로 경찰력 수요가 워낙 많은데다 불심검문에 대한 거부반응, 검·경 갈등으로 인한 수사공조 부실 때문에 수배자 검거가 단기간 내 해소될 가능성이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국민들의 기대치는 높은데 치안 현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이다. 갈수록 유능한 경찰관이 인권침해 등 논란의 소지가 많은 수사 분야를 피하는 것도 검거율 저하의 원인으로 꼽힌다.
성범죄자를 잡아 재판에 넘겨봐도 벌금이나 집행유예 등으로 하나둘 그물망을 빠져나가는 지금까지의 현실을 고려할 때 무조건 잡으라고 경찰을 다그치기도 민망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성범죄자는 예외 없이 법이 허용하는 최고형으로 엄벌하는 등 무관용 원칙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 필요하다면 잠재적 범죄자군인 성범죄 수배자를 검거할 경우 다른 흉악범 검거 못지않은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필요하다.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경찰이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대형 사건이 생길 때마다 전담 부서를 신설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낼 것이 아니라 수배자를 검거함으로써 존재를 증명해 주길 바란다. 성범죄자는 피해자의 육체와 영혼을 파괴하고 주변 사람들을 좌절과 고통으로 내모는 야수와 다름없기 때문에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알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화학적 거세를 19세 미만 대상 성범죄자에서 모든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자로 확대하자는 의견도 전향적으로 고려했으면 싶다. 외과 치료를 통한 물리적 거세법이 논의되는 마당에 피해자의 연령을 기준으로 처벌의 수위를 달리한다는 것은 법감정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범죄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수배자를 잡아야 하지만 날로 잔인해지고 대담해지는 성폭행 사범의 조기 검거야 말로 민생 치안 확립의 첫 걸음이란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