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또 경제민주화 충돌… 朴, 긴급 진화

입력 2012-09-05 22:03

새누리당에서 대선의 핵심공약으로 꼽히는 경제민주화를 놓고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지난달 한차례 공개 설전을 벌인 데 이어 두 번째다.

이 원내대표가 5일 예산 당정에서 “정치판에서 정체불명의 경제민주화니 포퓰리즘 경쟁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래서 기업들이 의욕이 떨어지고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로만 갖고 뭘 하려 하지 말고, 일하는 사람들한테 어떻게 용기를 계속 불어넣을 것인지 생각해 달라”며 “성장 잠재력 확충, 일자리 만들기에 좀 더 확실한 메시지를 보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대선 후보가 대통령 출마선언과 후보 수락 연설 때 한 이야기를 같은 당 원내대표가 ‘정체불명’이라는 단어까지 쓴 것은 상식 이하”라며 “그렇게 하는 게 대선을 이끄는 데 어떤 도움이 되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이 원내대표가 경제민주화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을 느껴 그런 표현을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런 점은 앞으로 절제하든지 아니면 사고를 달리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두 사람이 행추위 인선 문제를 비롯해 구체적인 공약 추진 과정에서도 갈등을 빚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 위원장은 행추위 인선과 관련해 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의원들의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모임 대표인 남경필 의원 등과 정기적으로 접촉하며 의견을 교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 원내대표는 이 모임에서 발의하는 각종 법안에 대해 당론이 아니라며 선긋기를 해 왔다. 일각에는 박근혜 후보의 정책 개발에 깊숙이 관여해온 이 원내대표가 대선 공약 작업의 주도권을 김 위원장에게 선뜻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논란이 커지자 박 후보가 ‘설전이라 볼 수 없다’며 긴급 교통정리에 나섰다. 박 후보는 서울시당 특별당원 행사에서 기자들에게 “(총선) 공약실천보고회의에서 경제민주화, 복지 등을 실천하는 법안에 대해 보고하지 않았느냐”며 “이 원내대표도 그동안 법안을 만들기 위해 같이 애쓰셨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앞서 지방지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선 “평소 대화를 많이 나눠 두 분 생각을 잘 알고 있다”며 “두 분이 차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김 위원장은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고, 이 원내대표도 재벌을 감싸는 것이 절대 아니고 시장 공정 차원에서 시장지배력의 남용을 근절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거듭 “(두 사람이)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같다고 생각한다”며 “대선을 앞두고 거기에 대해 한 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열정적이더라도 너무 혼란스럽게 비쳐지면 안 되기 때문에 당의 경제민주화 입장을 확실하게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는 “제가 생각하는 경제민주화는 경제 주체들을 편 갈라 분열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나래 유동근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