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새로운 스타 탄생
입력 2012-09-05 18:17
같은 프로들이 똑같이 출전하는 시합이지만 유난히 무명 기사들을 스타로 만들어 주는 시합이 있다. 예전에는 긴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천원전이 프로기사들의 등용문이었다면 최근에는 한국물가정보배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2008년 홍성지, 2009년 김지석과 지난해 ‘비운의 기사’ 이영구가 준우승의 징크스를 깨고 첫 우승의 영예를 안은 게 물가정보배다. 올해는 어떤 새로운 스타가 등극할까 관심을 모은 가운데 지난 4월 예선전을 시작으로 본선과 결선 8강 무대가 이어졌다. 강자가 한 곳으로 몰려 일찍 탈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을 채택한 물가정보배는 신기하게도 결선 8강까지 강자들이 대거 탈락했다. 한국랭킹 2∼5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세돌, 원성진, 최철한, 박영훈이 모두 탈락하고 박정환, 이영구(전기 우승 시드), 윤준상(전기 준우승 시드), 한상훈, 김지석, 안성준, 김승재, 이원영 등 8명이 8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8강전은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 했다. 한국랭킹 1위인 박정환이 이변을 일으키고 올라온 이원영을 제압했으며, 전기 우승자 이영구는 김승재를, 최근 16연승을 달리고 있는 김지석은 한상훈을 이기고 17연승을 이어갔다. 하지만 전기 준우승자 윤준상은 본격기전 8강에 첫 진출한 안성준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해 준결승전은 이영구 대 안성준, 박정환 대 김지석으로 압축됐다. 유난히 이변이 많았던 이번 대회는 준결승도 예상이 빗나갔다. 이영구와 안성준의 대결에서는 전기 우승자 이영구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안성준의 침착함이 빛을 발하며 승부가 결정됐다. 박정환 대 김지석의 대결도 상대전적 2승 9패로 밀려 있던 김지석이 상대 실수를 잘 낚아채며 결승 티켓을 따냈다.
3번 승부로 치러지는 결승전은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됐다. 두 기사의 전력을 비교해 보면 김지석은 현재 한국랭킹 3위로 안성준(한국랭킹 26위)과는 현격한 랭킹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2009년 이창호에게 2대 0으로 승리를 거두며 생애 첫 본격기전 우승을 했던 기전 또한 물가정보배이다. 이에 맞선 안성준은 2008년 프로가 된 5년차 신예기사이다. 꾸준한 성적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아직 이름 석 자를 알리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나현, 박영훈, 허영호, 윤준상, 이영구 등을 꺾으며 생애 첫 우승 기회를 얻었다. 늘 수치는 수치에 불과할 뿐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결국 이번 3번 승부는 3국까지도 가지 않고 안성준이 2대 0의 완봉승을 거두며 프로기전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바둑계에 또 한 명의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