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영적 벤치 클리어링
입력 2012-09-05 17:33
출애굽기 36장 1~7절
‘벤치 클리어링(Bench-clearing)’이라는 재미있는 스포츠 용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벤치 클리어링은 ‘덕아웃이나 불펜의 선수, 코치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선수나 심판을 제지하는 싸움에 가담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나가는 행위’를 뜻한다고 합니다. 벤치 클리어링은 보는 시각에 따라서 집단이기주의, 패거리주의라고 지탄받지만 선수들 입장은 좀 다릅니다. 같은 편 선수가 당하는 것을 가만히 앉아서만 볼 수 없기 때문에 모두 그라운드로 뛰쳐나간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는 야구장의 모습을 보면서 제 마음속에 ‘우리에게도 저런 모습이 있으면 참 좋겠다’라는 부러움이 있었습니다.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가는 팀워크(teamwork), 그 하나됨이 참 부러웠습니다.
“같은 팀, 같은 가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경우에는 화장실에 앉아 있더라도 뛰어나와서 함께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팀은 가족이고, 그게 가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두산 베어스 김현수 선수의 이야기입니다. “우린 팀은 가족”이라는 말이 긴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QT를 하던 중 제 마음을 감동시킨 장면이 있었습니다. 성경 안에서도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습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성소를 짓기 위한 헌물을 드리는 대목입니다. 본문 3∼5절을 보면 “백성이 아침마다 자원하는 예물을 연하여 가져왔으므로 성소의 모든 일을 하는 지혜로운 자들이 각기 하는 일을 중지하고 와서 모세에게 말하여 이르되 백성이 너무 많이 가져오므로 여호와께서 명령하신 일에 쓰기에 남음이 있나이다”라고 합니다. 온 백성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일어난 벤치 클리어링이었습니다.
교회에서 이렇듯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난다면 어떨까 상상해 봅니다. 교회가 직면한 위기 앞에 목회자와 평신도가 벤치를 박차고 벌떡 일어나는, 벤치 클리어링이라는 재미있는 말뜻 그대로 벤치에 멍하니 앉아 있는 사람 한 명도 없이 모두가 그라운드로 뛰쳐나가는 그런 상상 말입니다. 장로교회가 맞으면 감리교회가 뛰어나가고, 성결교회가 어려운 일을 당할 때에 침례교회가 함께 그라운드로 뛰어나가는 교단의 벤치 클리어링도 가슴 뛰는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영혼을 구하며 이 민족 가운데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도록 하는 일에 온 교회가 벌떡 일어나 함께한다면 어떨까요. 서로 간의 이기주의, ‘네가 안 돼야 내가 잘 된다’는 식의 생각은 성숙하지 못한 유아 수준의 생각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같은 자녀가 아닙니까.
오늘 성경은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난 상황의 마지막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있는 재료가 모든 일을 하기에 넉넉하여 남음이 있었더라.”(출 36:7)
우리 안에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난다면 넉넉하게 남는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사자처럼 소리를 내시는 여호와를 따를 것이라.”(호 11:10) 하나님이 포효하실 때에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하나님과 함께하는 영적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기를 기대합니다.
정연수 목사(효성중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