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목사의 시편] 교회의 카운터 문화

입력 2012-09-05 17:35


충격적인 성폭력 범죄가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최근의 성폭력 범죄들은 이전의 범죄들과는 몇 가지 점에서 구분이 된다.

첫째, 상당수의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의 사이에는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다. 소위 ‘묻지마’ 범죄들이다. 둘째, 범행의 시간과 장소에 제한이 없다. 이제는 인구밀집지역의 길거리는 물론 대낮의 주택가조차 결코 안전하지 않다. 셋째, 전과자들의 재범확률이 매우 높다. 최근 주요 언론들이 보도한 대다수 성폭력 범죄들이 동일한 범죄전력을 가진 전과자들에 의해 자행되었다. 넷째, 피해자의 평균연령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즉 유아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성폭력 범죄들의 원인으로 제시된 몇 가지 요인들 중에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넘쳐나는 ‘음란물’이다. 실제로 최근 주요 성폭력 범죄 사건들의 가해자들은 이런 음란물을 평소에도 즐기던 사람들이었다. 과거에는 성인 도색잡지와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제한적으로 유포되던 음란물들이 첨단 IT 기술의 발전과 함께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다. 또한 그런 음란물을 생산하는 주체도 더 이상 삼류 영상업체들이 아닌 초등학생을 포함한 일반인들로 확대되었다.

마침내 ‘정보의 바다’라고 불리던 인터넷은 ‘음란물의 바다’가 되고 말았다. 대한민국이 ‘IT 강국’이라는 의미 속에는 ‘음란물 최대 유통국’이라는 의미까지 포함된다. 게다가 최근에는 저속한 음란물은 아닐지라도 방송 및 공연매체들을 통해 공식적으로 보급되는 대중문화 역시 더 자극적인 선정성을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에는 외설시비가 적극적인 마케팅의 기법으로 활용될 정도이다. 결국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대중문화가 성범죄를 부추기는 주요 요인이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 사태를 뒷짐 지고 방관만 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로마서 12:21)라는 성경말씀처럼 바로 지금이 교회가 건전한 ‘카운터 문화(counter-culture)’를 확산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때이다. 한국교회는 기독교 교리나 사상을 교육하기 위한 신앙 콘텐츠뿐만 아니라 진정한 인간성 회복을 위해 필요한 정신적 양분을 공급하는 문화도 공유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교회는 노골적인 직접홍보에만 욕심내지 말고, 문화적 외연을 적극적으로 확대하여 TV 드라마들의 간접광고(PPL)처럼 대중 속으로 부드럽게 녹아들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한국교회가 신앙적 체험이나 성경말씀이 소재인 영화만을 고집하지 말고, ‘1번가의 기적(2007)’이나 ‘킹콩을 들다(2009)’처럼 기독교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영화들을 교계의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소개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한국교회의 창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문화 카운터펀치를 기대해본다.

<안산 꿈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