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법원, 수화통역 불허 논란

입력 2012-09-04 19:08


영화 ‘도가니’로 알려진 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들의 국가배상 청구소송이 ‘수화 통역’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부(부장판사 성지호)는 4일 서울중앙지법 457호 법정에서 첫 재판을 진행했다.

논란은 원고 대리인이 인화학교 출신의 청각장애인들이 포함된 방청객들을 위한 수화통역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원고 대리인은 “인화학교 졸업생 등 10여명이 재판을 방청하러 왔으니 사법서비스 측면에서 재판을 수화로 통역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방청객이 원고도 아닌데다가 원고 측 대리인들도 다 나와 있는데 굳이 수화통역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대리인 측은 재차 수화통역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원고 본인들이 출석하면 수화통화를 허가해 주겠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송 당사자가 청각장애인인 경우에는 통역인을 재판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방청객을 위한 수화 통역 여부는 특별한 규정이 없이 판사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피해자 측 대리인 이명숙 변호사는 “통역사도 우리가 직접 데려왔는데 재판부가 이를 굳이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법원 측의 설명은 다르다.

관계자는 “원고 대리인 측은 사전에 재판부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갑작스럽게 법정에서 수화통역을 요청했다”며 “재판부는 원고 대리인 측이 데리고 온 수화 통역인이 재판을 통역할 자격과 능력이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도가니’ 피해자인 진모씨 등 8명은 “국가가 책임을 외면하고 사건을 오랜 시간 방치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