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분실 왜 느나 했더니… ‘10대 절도’가 주범
입력 2012-09-04 22:57
지난달 20일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수가 3000만명을 넘어섰다. 고가의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이를 노리는 절도범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절도범은 대부분 청소년이다. 수법도 날로 대범해지고 조직화되고 있다. 스마트폰이 청소년 전과자를 양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월 휴대전화 분실신고가 1107건이었으나 같은 해 12월 1만603건으로 늘었고 지난해 7월부터는 매월 3만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월평균 5만건 이상의 분실신고가 접수돼 지난 7월까지 총 39만2168건에 달했다.
경찰은 분실 신고 대부분이 택시나 찜질방 등에서 일어난 절도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낼 수 없지만 스마트폰 출시 전(2010년 이전)과 비교해 휴대전화 절도가 확실히 급증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택시기사 전모(48)씨는 서울시내 택시기사 100여명에게 스마트폰 400여대를 매입한 후 되팔아 16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검거됐다. 전씨는 “경기불황으로 사납금 채우기도 힘들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경찰관계자는“특히 절도범들 중 10대가 많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내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한 달 평균 5∼10건꼴로 10대 절도범들이 검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0대 청소년들은 찜질방이나 사우나에서 자는 사람의 스마트폰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 중계동에서는 10대 2명이 소화기로 휴대전화 매장의 강화유리를 깨고 스마트폰 37대(3400만원 상당)를 훔쳐 달아나기도 했다. 경찰은 “인터넷 등을 통해 쉽게 처분하고 적지 않은 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10대들의 절도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이 스마트폰 절도 유혹에 빠지는 것은 중고 기기를 구입하거나 밀수출하는 조직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훔친 스마트폰을 장물업자에게 대당 20만∼25만원씩 받고 넘기면 장물업자는 즉시 유심(USIM)칩을 빼내 중고폰으로 둔갑시킨다. 이어 밀수출 조직이 하루 100대에서 많게는 4000대의 스마트폰을 항공·해운화물로 속여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로 넘긴다. 최근 서울광진경찰서에 적발된 일당은 “국내에선 기계 고유번호 때문에 추적당할 수 있어 밀수출을 택한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로 넘어간 스마트폰은 유심칩만 교체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해외로 수출되는 과정에서 분실·절도 유무를 가려내는 작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통신사와 협조체제를 구축해 중고폰의 제품 고유번호 등을 확인하면 분실물인지, 절도된 것인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가 고객들의 제품 번호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중고품 수출업자에게 통신사의 확인서를 첨부하도록 하면 분실 또는 훔친 스마트폰의 수출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세관에서도 이를 적발할 수는 있지만 인력부족 때문에 손놓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공항세관 관계자는 “폭발물, 총기류, 마약류, 문화류 외에는 수출품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다”며 “도난당한 스마트폰이 밀수출된다는 구체적인 제보가 있기 전에는 일일이 조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