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나폴리타노 대통령, 마피아 테러 연루 파장

입력 2012-09-04 19:05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가 이번에는 대통령의 마피아 연루설로 시끄럽다.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이 20년 전 마피아가 벌인 테러사건에 개입한 정황이 밝혀지면서 이탈리아 정국이 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다. 1992년 7월 시칠리아 마피아가 벌인 폭탄테러로 파울로 보르셀리노 치안판사와 5명의 경호경찰이 사망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나폴리타노 대통령이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사건 당시 하원의장이었던 나폴리타노는 담당검사에게 자신과 마피아의 대화내용이 녹음된 테이프를 파기해 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고질적인 정치권과 마피아의 검은 유착관계가 현 대통령의 과거 행적에서도 드러나자 이탈리아 여론이 들끓고 있다. 보르셀리노 판사의 동생 살바토레는 대통령의 과거 행동을 “진실과 정의를 향한 길에 장애물이었다”고 비난하며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마피아의 돈과 표몰이로 의회에 앉은 정치인들이 뇌물을 받고 단속을 제보해 주는 정부 고위층과 결탁해 반마피아 입법조차 번번이 무산시킨 바 있다. 실비아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도 마피아와의 오랜 연결고리를 유지해 왔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외신들은 이런 불안정한 사회요인들이 국가채무로 신음하는 이탈리아 경제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킨다고 꼬집었다.

한편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3일(현지시간) ‘Aaa’인 유럽연합(EU) 신용등급의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무디스는 EU 재정에 핵심적으로 기여하는 4개국(독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의 부정적인 등급전망을 반영한 조치라고 하향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 4개국은 27개 회원국으로 이루어진 EU에서 전체 예산의 45%를 분담한다.

무디스는 성명에서 “EU의 신용도는 핵심 회원국의 신용도를 따라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