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美 법원… 듀폰에 코오롱 전산망 접근 허용
입력 2012-09-04 22:58
코오롱과 듀폰 간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맡은 미국 법원이 듀폰 측에 컴퓨터 전문가를 고용해 코오롱의 컴퓨터와 컴퓨터 네트워크에 접근토록 한 사실이 드러났다.
4일 미국 버지니아 동부법원의 명령서에 따르면 로버트 페인 판사는 코오롱에 듀폰의 영업비밀에 속하는 모든 서류를 다음 달 1일까지 듀폰에 돌려주고 컴퓨터에 관련 파일이 남아 있다면 모두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다음 달 31일까지 듀폰으로 하여금 컴퓨터 전문가를 고용해 코오롱의 컴퓨터와 컴퓨터 네트워크에 접근해 듀폰의 영업비밀 관련 자료가 완전히 삭제됐는지 확인할 것을 지시했다.
업계에서 전례가 드문 미 법원의 명령에 코오롱과 듀폰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듀폰이 직접 코오롱의 전산망에 접근하는 것은 아니지만 듀폰 측에 간접적으로 경쟁업체의 총체적 영업정보가 담긴 전산망을 들여다보는 것을 허용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도 영미법을 근간으로 하는 미국과의 법체계 차이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번 판사의 명령은 지나치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오랜 기간 미국변호사로 활동한 한 법조인은 “미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명령이지만 미국 기업 간 소송에서도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코오롱은 영업비밀침해 소송 1심 판결에 대해 항소 절차에 들어갔다고 4일 밝혔다.
코오롱은 이날 공식 자료를 통해 “지난달 31일 미국 연방제4순회 항소법원에 항소 의사를 통보했다”며 “듀폰이 청구한 변호사 비용에 대한 1심 법원의 최종 판결은 나오지 않았지만 손해배상액과 생산금지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내려져 항소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코오롱이 주장하는 증거들이 충분히 심리되지 않았다”며 “항소심에서 보다 공정하고 합당한 판결이 내려질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항소심은 미 법무차관을 지낸 폴 클레멘트 변호사가 맡을 예정이다. 항소심은 1년∼1년6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버지니아 동부 법원은 지난해 배심원 평결을 기초로 코오롱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 코오롱에 1조원이 넘는 배상 판결을 내린 데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코오롱의 아라미드 섬유 제품인 ‘헤라크론’에 대해 20년간 생산·판매 금지 명령을 내렸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