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조 들여 석유·가스개발… 한 방울도 못가져왔다
입력 2012-09-04 22:58
해외광물자원개발 추진 현황·문제점
우리나라는 지난 한 해 해외 석유·가스개발에만 10조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한국에 석유·가스를 들여온 실적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국가적 차원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는 해외자원개발사업이 국내 자원·에너지 수급을 안정시키겠다는 궁극적 목표와는 동떨어져 있다. 정부와 공기업 등이 개발 실적이라는 단기 목표에 집착하면서 실질적인 개발 타당성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탓이라는 지적이다.
4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2011회계연도 결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현재 우리나라가 투자하고 있는 해외광물자원개발사업(이하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석유·가스개발 사업 198건, 일반 광물자원 개발사업 307건 등 모두 505건이다. 전체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총 투자 누계액도 434억411만 달러(49조1551억여원)에 달한다. 특히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자원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특성상 에너지·자원안보라는 차원에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비중이 높다. 출자·융자·정책펀드 등으로 이뤄지는 정부지원은 특히 2008년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출자만 해도 2008년부터 올해(예산안 기준)까지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에 총 5조원 가까이 투입됐다.
그러나 정작 국내 부족 자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해외자원이 국내에 도입되는 수준은 매우 저조하다. 지난해 전체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한 105억428만 달러 가운데 87%가량을 쏟아부은 석유·가스의 경우 해외에서 생산된 물량이 직접 국내로 도입된 실적은 전무하다. 철광·아연·니켈 등 6대 전략 광물자원도 평균 도입률이 45.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국내 자원 수급 안정에 대한 기여도가 이처럼 낮은 상태에서 현재와 같이 막대한 재원을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정부 정책이 자주개발률(전체 자원 수입량 대비 우리나라가 해외 자원 개발에 투자한 금액의 비율)이라는 실적을 높이는 데 집중되면서 자원 개발 기업의 규모, 개발 대상 지역의 인프라나 경제성 등을 제대로 따지지 못한 탓이 크다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환일 수석연구원은 “정부 지원을 받는 공기업들은 단기성과 부담 때문에 비교적 진출이 쉬운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신규 개발 지역을 선택해왔다”면서 “이곳은 메이저 기업들이 경제성 등을 이유로 진출하지도 않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연구원은 “일단 선진 자원 메이저 기업들이 진출한 지역에는 지분 투자를 통해 기술·노하우를 쌓고, 상황이 열악한 신규 지역에서는 건설·토목 등과 함께 패키지로 진출하는 방식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예결위도 보고서에서 자원 개발에 참여한 기업들이 역량이 부족하거나 영세한 경우가 많고, 진출 지역은 인프라가 부족하고 거리가 멀어 수송·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