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 업로더’들의 두 얼굴… 낮엔 평범한 직장인 밤엔 음란물 유포자
입력 2012-09-04 18:43
인터넷 음란물이 무차별 확산되면서 대학생, 회사원, 70대 노인까지 음란물을 인터넷에 올리고 돈을 버는 데 가세하고 있다. 별다른 죄의식 없이 음란물을 유통시키고 돈을 버는 행태가 더 이상 제어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른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15일 인터넷 파일공유 사이트에 16만편의 음란물을 올려 유통시킨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 중엔 대학 교수, 무역업 임원을 하다 은퇴한 70대 노인, 대기업 직원도 포함돼 있었다. 낮에는 교수로 활동하다 밤엔 음란물 유포자로 돌변한 한 대학 교수는 “내가 올린 음란물을 보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그는 무려 2000여개의 음란물을 사이트에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 온라인상에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며 “자신의 성적 욕구를 마음껏 표출한 익명의 한 남성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수원지검 강력부는 4일 아동 음란물 소지자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여 이모(39)씨 등 60명을 기소했다. 검찰은 음란물을 10회 이상 올리거나 과거에도 음란물 유포 전력이 있는 상습범만을 대상으로 단속했는데 그중 대학생과 남자 간호사, 회사원 등 일반인도 대거 포함됐다.
IT 회사에 다니는 김모(42)씨는 지난 2월 15일부터 약 3개월간 공유 사이트에 음란물 1137개를 올린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그중 아동 음란물도 5개나 포함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번듯한 회사에서 일하는 지극히 평범한 가장이었다”며 “음란물 유포자 조사를 하면 가장 많은 직업군이 대학생이고 그 다음이 회사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중 돈을 벌 목적으로 방대한 양의 동영상을 올리는 이른바 ‘헤비업로더’는 공유 사이트 업체로부터 수천만원에 이르는 활동비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회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헤비업로더들에게 수시로 업로드 양을 확인해가며 독려하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대학생과 회사원들 사이에도 음란물 유통이 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음란물을 유통하는 방법은 어느 정도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스마트폰 음란물 유통은 통신 관련 지식이 있는 대학생이나 직장인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행정안전부와 경찰은 지난 5∼8월 인터넷 음란물 집중 단속을 벌여 모두 879건, 1095명을 검거했다고 4일 밝혔다.
검거 사범 중에는 “모델을 시켜주겠다”며 아동·청소년을 유인해 유료 회원에게 신체를 노출하는 실시간 음란방송을 운영한 가짜 연예기획사 대표와 나체 사진을 촬영해 음란 사이트에 올린 업자 등이 포함됐다. P2P(파일공유) 사이트에 아동이 출연하는 음란물을 배포한 회원들과 이를 방치한 운영자, 아동 음란물 등을 공급한 성인PC방 업주와 몰카 사이트 운영자 등도 단속망에 걸렸다.
이용상 민태원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