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특허소송, 미국·일본 판결이 왜 다른가… “美 배심원 평결, 다른 나라선 논거 부족해 무시”
입력 2012-09-04 18:27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연방지법의 배심원 평결과 일본 도쿄 법원의 판결이 전혀 다른 이유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다투고 있는 특허소송에서 일주일도 못 돼 미국과 일본에서 정반대의 법적 판단이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4일 이 같은 질문에 유럽과 호주 법률가들의 견해를 인용, ‘배심원들의 평결 내용이 법적 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일본 법원이 양사의 특허소송에서 삼성의 손을 들어준 것은 전 세계적으로 판사들이 미국 배심원들의 평결을 별로 의미 있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법원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애플이 주장하는 특허 기술(음악과 비디오 데이터를 서버와 동기화하는 기술)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물론 미국과 일본에서의 소송은 각각 다른 특허를 다룬 것이다. 하지만 미국 배심원들의 평결이 일본 판결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블룸버그는 이것이 ‘미국 이외 지역의 판사들이 평결을 내리는 데 필수적인 법적 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배심원 평결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그 이유는 미국 이외 다른 나라의 판사들이 미국 배심원들의 평결을 판례로써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배심원 평결은 어떻게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는다. 법적 근거가 어떻게 적용됐는지 알 길이 없다.
호주 법률회사의 지적재산권 변호사인 존 스윈슨은 “미국 배심원의 평결은 합리적 이유가 배제된 결정이며 설득력도 없다. 법률적으로 배심원 평결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 변호사들은 배심원들에게 구글이 삼성전자에 애플 제품처럼 보이지 않도록 촉구하기 위해 보낸 이메일과 같은 내부 통신문 등 2차적 요소에 많이 의존해 설명한다”며 “그런 증거들은 법적 결론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기술적 특허 관련 판결에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호주와 네덜란드, 영국의 법원은 미국 배심원의 평결과는 다른 판결을 내렸다.
김명호 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