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한상인] 힘의 논리와 신앙의 논리
입력 2012-09-04 16:51
요즘처럼 한·일관계가 경색되면 힘의 논리가 지배하던 한·일의 과거사가 먼저 떠오른다. 그것은 이웃 국가 사이의 불행했던 역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적 야욕으로 세계를 지배하려고 했던 일본 군국주의의 빗나간 역사였다. 일본의 야욕이 철퇴를 맞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0년이 가까워오고 있는 오늘날, 일본은 여전히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영토 욕심으로 주변 국가들과 대립을 일삼고 있다.
일본은 독도를 국제분쟁지역으로 끌고 감으로써 영토확장의 흑심을 노골화하면서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후안무치의 행동을 하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증거가 없으니 한국은 증거를 대라고 강변한다. 그들은 성적 노예로 괴롭혔던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진정한 사과와 반성은커녕 1993년에 “위안소가 일본군에 의해 설치 관리되었다”고 발표한 고노 담화까지 인정하지 않고 폐기시키려 하고 있다. 이러한 비열한 언행은 동아시아 국가들과 세계 평화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가 간에도 진실과 신의 지켜야
국제관계에서 힘의 논리가 주효한 것은 옛날부터 인정된 사실이다. 그런데 힘의 논리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이 신앙의 논리이다. 신앙의 논리란 범사를 믿음 소망 사랑을 기반으로 해서 살아가고, 국가 간에도 진실과 신의를 지키면 하나님이 반드시 선으로 역사하신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신앙의 논리는 언뜻 보면 개인 생활에서는 몰라도 국제관계에서는 아무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거나 심지어 어리석게 보인다.
아브라함의 신앙으로 시작된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스라엘은 결코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의 여러 강대국들을 능가하고 지배한 적이 없다. 오히려 강대국들인 이집트나 앗시리아, 신바빌로니아, 페르시아, 로마를 비롯해서 주변의 아람이나 블레셋에게도 시달림을 받다가 멸망했다.
그런데 성경 신명기 28장 1절에 보면 “네가 네 하나님 야훼의 말씀을 삼가 듣고 내가 오늘 네게 명령하는 그의 모든 명령을 지켜 행하면 네 하나님 야훼께서 너를 세계 모든 민족 위에 뛰어나게 하실 것이라”고 약속돼 있다. 그러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강대국이 되지 못하고 멸망한 것은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하고 불순종했기 때문이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인가?
하나님은 역사의 주관자이시며, 처음과 나중 되신다. 그러므로 현재 인류의 역사와 민족들의 흥망성쇠는 진행 중인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록 신구약성경시대는 끝났을지라도 신앙의 논리에서 본 이스라엘의 역사 무대는 아직 막을 내리지 않았다. 오늘날 이스라엘은 멸망했다가 다시 힘차게 살아남았지만, 그를 괴롭히고 압제하던 제국들은 사라지거나 미약한 나라가 되었다. 그뿐 아니라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미국을 배후에서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이 유대인들이라고 말한다. 적어도 유대인들이 세계 경제의 변화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으며 국제사회와 과학, 철학, 예술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거짓된 국가·개인은 꼭 멸망해
여기에서 신앙의 논리가 힘의 논리를 능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권불십년(權不十年)처럼 힘의 논리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나 신앙의 논리가 장구한 것은 1000년, 2000년을 지나도 1000년이 하루 같은 하나님의 시간 안에서 약속의 말씀이 성취되기 때문이다.
한·일관계가 갈등을 겪고 그 수위가 높아질수록 한국인들은 감정적이고 폭력적이 되거나 자조적이고 비관적이 되어서 신앙의 논리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거짓된 개인과 국가는 반드시 멸망한다. 그러나 끝까지 하나님 말씀을 믿고 순종하는 개인이나 국가는 머리가 되고 꼬리가 되지 않을 것이며, 쓰러졌다가도 다시 일어나 번영할 것이다.
한상인 한세대 교수(구약학·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