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불거진 안철수 교수의 언행 불일치 의혹

입력 2012-09-04 18:39

재개발 아파트 매입 과정과 납세 여부 속히 해명해야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말과 어긋나는 행적이 또다시 논란을 빚고 있다.

안 교수가 1988년 서울 사당동의 한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을 매입해 24평형 아파트가 준공된 이듬해 12월 입주해 4년간 거주했던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안 교수가 최근 출간한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에서 “저도 오랫동안 전세살이를 해 봐서 집 없는 설움을 잘 안다”고 밝혔던 내용과 배치된다.

안 교수는 실제로 93년 12월 이 아파트에서 역삼동 아파트로 이사해 전세를 살았고 95년에는 도곡동 30평형 아파트, 98년엔 문정동 41평형 아파트로 옮겨 다니며 전세를 살았다. 하지만 사당동 아파트가 매각된 2000년까지 그는 아파트 소유자였기 때문에 ‘집 없는 설움’을 운운한 것은 지나치다. 도곡동 아파트의 경우도 모친 소유였기 때문에 세입자의 설움과는 무관하다.

더구나 이 아파트는 재개발 입주권(딱지)을 산 뒤 분양받은 것이어서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이곳은 89년 11월 쇠파이프와 각목 등을 든 철거반원이 세입자들과 충돌해 60여명이 다치면서 사회적 물의가 일었던 80년대의 대표적 재개발 지역이다. 그런데도 안 교수는 대담집에서 “거주민들을 고려하지 않고 개발 논리만 밀어붙이다가 용산 참사 같은 사건을 초래했다. 앞으로 도시를 재개발할 때 세입자 등 상대적 약자의 입장을 더 많이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안 교수 측은 사당동 아파트에 대해 “결혼할 때 신혼집이자 동생들도 함께 살도록 어머니가 장만해준 집”이라고 해명했다. 딱지 매입은 모친이 한 것이고 안 교수는 명의만 빌려준 것이라지만 도덕성 문제를 피해가기는 어렵다. 특히 안 교수가 당시 상속세나 증여세를 납부했는지 여부는 중요한 문제다. 안 교수 측은 “25년 전 일이어서 잘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증여세 탈루 사실이 확인되면 도덕성에 큰 결점이 된다.

안 교수의 언행 불일치 문제가 제기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말에는 재벌 2, 3세들과 벤처기업인들의 친목 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에 참여해 분식회계 등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명을 위한 탄원서를 낸 사실이 드러났었다. 이런 행적이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벼운 형을 선고하고 쉽게 사면해주는 관행이 바뀌어야 정의가 선다”고 했던 발언과 모순된다는 지적을 받자 사과하기도 했다.

안 교수가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는 것은 기성 정치인이나 기득권층과 달리 부패에 빠지거나 낡은 가치관에 매몰되지 않아 새로운 정치와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에 어긋나는 여러 의혹 제기에 그는 명확한 해명을 해야 한다. 국민들이 진실을 알고 정확한 판단을 하도록 하는 게 정치의 정도이며 높은 지지에 대한 예의다. 대선 출마 여부처럼 모호한 태도를 되풀이하며 시간을 끌면 기대와 신뢰는 점차 허물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