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대강 영주댐 담합 확인하고도 덮어둔 공정위
입력 2012-09-04 18:36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강 공사 구간 가운데 하나인 영주 다목적댐 사업과 관련해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담합 사실을 적발하고도 2년9개월 동안이나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이 어제 공개한 공정위의 ‘4대강 사업 입찰담합 관련 진행상황’ 내부 문건에 따르면 공정위는 2009년 12월 영주 다목적댐 입찰담합 합의서를 확보했고,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기본 설계의 내용에 대해 사전 합의한 것을 확인했다. 이후 현장조사와 관련 건설회사 및 설계용역회사 직원들에 대한 진술을 확보해 심사보고서까지 끝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모른체했다.
공정위 해명은 더 석연찮다. 4대강 보 건설 사업보다 국민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 데다 다른 사안을 조사하다 보니 바빠서 미뤘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 라면, 우유, 김치, 두부 등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칼을 휘둘러온 것을 감안하면 유독 4대강 관련 조사에 소극적인 공정위의 행보는 누가 봐도 수상하다. 김 의원이 폭로하지 않았다면 그냥 덮으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김 의원은 또 공정위가 4대강 1차 턴키공사 입찰담합에 대해 조사를 끝내고도 의결을 1년4개월간 의도적으로 지연시켰고, 건설사들의 과징금을 깎아주기 위해 법 조항까지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법을 원칙대로 적용했다면 최소 5530억원에서 최대 7335억원에 달했을 과징금이 1115억원으로 축소됐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지난 6월 19개 건설사들의 4대강 1차 턴키공사 입찰담합 조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도 많은 의혹이 제기됐었다. 건설사들의 명백한 담합으로 1조2000억원의 혈세가 낭비됐는데도 과징금은 형편없이 적었고, 건설사 임직원 등에 대한 검찰 고발도 없었다. 공정위는 시민단체에 의해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해 건설사들과 함께 검찰 수사를 받는 중이다.
공정위는 ‘4대강 사업이 이명박 대통령의 치적 사업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인 김 위원장이 눈치를 보고 있다’는 세간의 의혹을 귀담아 듣고 ‘경제검찰’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권력의 시녀가 돼서 대통령 입맛에 따라 담합 조사를 하거나 4대강 사업을 수행한 건설사들을 보호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여선 곤란하다.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영주댐 담합 조사를 서둘러 마무리짓고 건설사들에 대한 징계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검찰은 국민 혈세가 22조원이나 투입된 초대형 국책 사업인 만큼 4대강 사업에 비리가 있었는지, 공정위에 외압이 있었는지를 철저히 밝혀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