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폭력 추방에는 좌·우가 없다

입력 2012-09-04 18:34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를 둘러싼 교육계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4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전교조와 전국교수노동조합 등 11개 단체는 이날 오전 “학교폭력 가해사항을 기록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직권남용”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뒤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교육자들의 양심을 모독한 이 장관은 교육 파괴의 종결자”라고 격하게 비난하며 퇴진을 요구했다.

서울을 비롯해 경기도와 강원, 전북, 광주 등 진보진영 5개 지역 교육감들은 학교폭력 사실을 학생부에 남기는 것이 아이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반민주적이고 반교육적인 행정폭력이라며 극구 반대하고 있다. 나중에 입시나 취업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폭력의 원인은 경쟁교육인데도 엉뚱하게 학생들을 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낙인찍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진보진영의 주장은 학생들을 지키려는 제자 사랑의 논리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지켜주어야 할 피해학생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교과부가 마련한 대책은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보니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 처벌은 필수적이다. 이 대책이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야말로 피해학생의 고통을 외면하는 반인권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진보쪽 교육감들이라고 해서 학교폭력을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지만 반대하는 주장을 들여다 보면 합리성보다 진영논리가 지배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학교폭력과 같은 독버섯을 제거하는 데 중앙과 지방의 차이, 진보와 보수의 입장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중요한 것은 폭력 사실을 기록하는 것이 학생들로 하여금 강력한 경각심을 갖게 해 폭력의 예방효과를 가져오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최근 성균관대의 예에서 보듯 성폭행 학생이 봉사왕으로 둔갑해 입학사정관 전형에 합격하는 어이없는 일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