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예방 프로그램 교과목 편입 필요”… 굿네이버스, ‘성학대 예방 프로그램’ 개발·운영 전미선씨
입력 2012-09-04 18:20
“아동 대상 성범죄 예방 교육프로그램을 유치원·어린이집뿐 아니라 초등학교 전체로 확대하고 정식 교과목으로도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에서 아동 성학대 예방 프로그램 개발·운영을 담당하는 전미선(37·작은 사진) 사회개발사업부장은 4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성범죄 예방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평소 반복적으로 교육하면 아이들에게 자기 몸이 얼마나 소중한지 인식시키고 순간 대처 능력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굿네이버스는 전국 46개 지부에서 1999년부터 ‘아동 힘 키우기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에서 신청하면 전문강사가 직접 찾아가 유괴 및 성범죄 예방법을 무료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어린이들이 자기 몸에 대한 권리를 분명히 인지하고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어른이 몸을 더듬을 때 싫다는 의사를 밝힌 뒤(1단계) 도망가고(2단계) 주변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말해야 한다는(3단계) 것을 상황극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주지시키는 식이다.
2007년부터는 아동 성학대 예방 인형극을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다. 낯선 사람이 유인하거나 아는 사람이 성학대를 하려고 하는 등의 위험상황을 제시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연습시키는 인형극이다. 아동 힘 키우기 서비스와 인형극에 참여하는 어린이는 매년 60만명에 달한다.
전 부장은 “초등학생 대상 성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어 유아만 대상으로 하던 인형극을 올해부터 초등학교 1학년으로도 확대했다”면서 “유아 대상 교육은 활발한 편인데 초등학생 교육은 학교에서 시간을 얻는 게 쉽지 않아 미진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장이 매년 성폭력 및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결과를 보고토록 한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지난달부터 시행됨에 따라 예방교육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 부장은 “친척이나 동네아저씨 등 아이들이 위험하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도 위험한 대상일 수 있음을 예방교육에서 가르친다”고 강조했다. 아동 성학대의 80% 이상이 가족·친인척, 학원·동네아저씨 등 아이가 아는 사람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혼율이 높아지면서 새 아빠나 새 할아버지에 의한 성학대가 많아지는 추세다. 전 부장은 “새 아빠에게 성학대를 당했을 경우엔 아이가 유일한 보호자인 엄마를 잃을까 두려워 학대 사실을 말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전 부장은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 처벌 강화만 이야기할 게 아니라 지역사회의 보호역량이 총체적으로 강화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사회는 등하굣길 안전망과 CCTV 등을 확충하는 한편 아동 본인과 부모, 교사는 적극적인 예방교육을 통해 안전 의식을 키우고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