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불황 기독 출판계 중국에 길이 있다
입력 2012-09-04 21:04
지난달 30일 베이징 중국국제전시센터 전시장 내 작가 교류존. ‘2012 베이징 국제도서전’이 열리고 있는 이곳에서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중국 독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지난 2월 ‘因爲痛, 所以叫靑春’이란 이름으로 중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중국어판은 지금까지 50여만부가 팔렸다.
작가 교류존에는 자리에 앉지 못한 수많은 중국 청년 독자들이 선 채로 김 교수의 이야기를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김 교수의 이야기를 수첩에 열심히 적고 있었다. 열기가 대단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중국 내 열기는 한국 출판계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13억의 시장을 상대로 출판 한류가 펼쳐질 수 있다. 특히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독교 출판계에서도 국면 타개를 위해 중국 시장 진출을 적극 노려볼 만하다.
중국 내에는 공식적으로 2300여만명(중국 종교국 견해), 비공식적으로 1억여명의 크리스천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한 인구의 두 배에 달하는 크리스천들이 중국에 있는 것이다. 이번 베이징국제도서전에는 한국기독교출판협회(기출협) 관계자들도 다수 참석했다. 부스도 4개를 운영했다. 도서전에 참여한 기출협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제 한국 기독교 출판계는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뜸 들이는 단계였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시장 개척을 위해 나아갈 때라는 것이다.
이번 도서전기간에 기출협은 중국의 신문출판총서 내 신문출판연구원과 협약식을 갖고 한국 기독 출판사에서 자체 선정한 책 100권을 전달했다. 신문출판연구원의 심국방 사장은 대한출판협회 이형규 부회장(쿰란 사장)과 기출협 김승태 회장에게 “이 중 몇 권이라도 중국 내에서 출판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공식적인 한·중 기독교 출판 교류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도서전에서 많은 중국인이 홍성사와 쿰란, 기출협의 부스에 와서 전시된 책을 둘러보았다. 역경을 이겨낸 간증집과 아동물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성과도 있었다. 쿰란은 중국의 성세신화문화출판사와 2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출판사에서 쿰란의 ‘LOVE 경영’과 ‘행복전도사 아이린’을 3만권씩 판매키로 한 것. 계약에 따르면 6만권이 모두 중국에서 판매될 경우 쿰란은 약 2000만원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규모는 작지만 한국 기독 출판사가 중국에서도 수익을 충분히 낼 수 있다는 여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롭다.
비전북 박종태 사장은 “도서전 기간 동안 상당히 많은 수의 중국 크리스천들과 기독 출판사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면서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돼 이번에는 가시적 성과가 없었지만 중국인 크리스천들을 대상으로 정교하게 기획한다면 얼마든지 판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미 중국 교회에서는 상당한 분량의 한국 기독교 관련 저작물이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가정교회를 중심으로 한국 기독 출판사들의 책들이 유통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이 한국 출판사의 수익과는 상관없이 이뤄지고 있다. 규장 여진구 대표는 “대만의 기독교 출판사를 통해 선교적 차원에서 중국에 책을 보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 문서선교의 일환으로 한국 기독 출판사들이 자체 서적들의 중국 내 유통을 묵인하고 있는 것이다.
기출협 김승태 회장은 “이제는 새롭게 중국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면서 “1억여명의 중국 크리스천들은 시장경제적 측면에서도 아주 매력적인 대상”이라고 말했다. 선교적 차원 플러스 사업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국 기독 출판계의 중국 시장 진출에는 넘어야 할 수많은 산이 있다. 일단 연구가 필요하다. 중국 출판계와 종교계, 출판 관련 중국 내 법규에 대한 조사가 절실하다. 중국 내 에이전시도 필요하며 무엇보다 한국 기독 저작물들을 중국어로 소개할 번역가들을 양성해야 한다. 중국 기독 출판사들은 현재 중국에서 유통되는 한국 기독 저작물들의 번역 수준이 너무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로 조선족 출신을 활용하다 보니 그야말로 말을 그대로 옮기는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도서전에 참가한 기출협 관계자들은 한국 기독교 출판계의 중국 진출을 위해 기출협 내에 한중기독교출판위원회를 결성키로 했다. 현재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거나 시도하고 있는 기독교 출판사들도 있다. ‘성경과 5대제국’의 저자로 도서출판 ‘땅에 쓰신 글씨’의 대표 조병호 박사도 중국 내 강연 및 출판 사역을 추진하고 있다. 두란노의 생명의 삶은 중국어로 이미 대륙에 전파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중기독교출판위원회는 한국 기독교 출판계의 중국 시장 진출의 싱크탱크와 조정자 역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중국에 전달된 한국 기독 도서 100권 선정위원장을 맡은 박종구(월간목회 대표) 목사는 “중국은 2011년에 600여개 출판사가 31만8000여종의 도서를 발행, 총 판매액이 10조원에 이른다”면서 “중국 출판 시장이 연간 8∼9%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 출판 시장도 확대되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한국 기독교 출판계는 문서를 통한 전도라는 확고한 선교적 자세를 견지하면서 중국 성도들에게 양질의 출판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사명감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글·사진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