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 전당대회, 최대 화제 ‘이스트우딩’

입력 2012-09-03 19:20

‘이스트우딩(Eastwooding)’이 미국 정계의 신조어로 등장했다. 지난달 30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깜짝 연사로 등장한 영화배우 겸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무대에 빈 의자를 세워 놓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조롱한 것이 화제로 떠오르면서 생긴 말이다. 이스트우드는 빈 의자로 오바마 대통령의 무능을 시각화했다.

이스트우딩은 빈 의자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사진을 찍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리는 것이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오바마를 조롱하고,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스트우드의 장황했던 연설을 비꼬는 데 이스트우딩을 활용한다. 영화 ‘스타워즈’의 입체영상을 의자 위에 붙여놓고 “이스트우드가 포스(선악을 가르는 우주의 힘)에 눌려 횡설수설했다”거나 “사실은 투명인간 오바마가 등장했는데 롬니가 모르고 발등을 밟았다”는 식이다. ‘투명인간 오바마(@InvisibleObama)’라는 트위터 계정도 등장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스트우딩에 동참했다. 의자에 앉은 뒷모습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이 의자는 이미 임자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는 2일 USA투데이 인터뷰에서 “대통령이나 대통령 후보가 그 정도에 모욕을 느낀다면 다른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며 “이스트우드는 훌륭한 배우이고 더 훌륭한 영화감독이다. 나는 이스트우드의 엄청난 팬(huge fan)”이라고 짐짓 대범한 자세를 보였다.

공화당은 대통령 후보인 밋 롬니의 연설보다 찬조 출연자인 이스트우드의 빈 의자가 더 화제가 되는 것이 ‘체어게이트(chairgate)’라며 당황하는 분위기다. 전당대회 홍보 영상에서도 이스트우드의 연설 장면을 삭제했다. 공화당은 “이스트우드의 농담이 전당대회 마지막 날 밤의 흐름을 흐트러뜨린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abc방송은 전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