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성 유지 훼손되나… 美연준 어두운 그림자

입력 2012-09-03 19:19

지난달 말 미국 중서부 휴양도시인 와이오밍주 잭슨 홀에서 열린 ‘2012 연례 경제 콘퍼런스’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부분은 미국의 추가 부양 가능성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공식적인’ 현안이었을 뿐이다.

참석한 미국 이코노미스트들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더 큰 걱정거리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에 관한 것이었다.

로이터통신은 2일(현지시간) 미국의 내로라하는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는 내년 이후에 100년 넘게 지켜온 연준의 독립성이 저하될지도 모른다는 ‘어두운 전망과 걱정들’이 퍼져나갔다고 전했다. 지금 대선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미국의 정치상황 때문이다.

연준 부의장을 지낸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정치가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특히 공화당 내 과격한 주장들이 커진다면 (독립성에 대해) 심히 우려한다”면서 “상당한 적의가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일각에서도 연준의 정책을 못마땅해 하면서 연준의 통화정책을 의회가 감사하자는 주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연준이 일반적으로 의회의 감사를 받지만 통화정책은 대상이 아니다. 통화정책이 감사를 받게 되면 통화정책 운용과 의사결정 과정, 정책 효과 등에 대해 의회가 강력한 통제를 할 수 있게 된다. 연준은 현재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나고 3주일 뒤에 금리 결정 과정과 위원들의 발언 내용을 요약한 의사록을 공개하고 있지만, 전체 발언록은 5년간 공개하지 않는다.

지난 7월 말 통화정책도 감사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법안이 공화당 238명, 민주당 89명의 찬성으로 하원을 통과했다. 물론 상원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지만 연준이 느끼는 독립성 훼손 우려는 상당히 크다.

게다가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도 경선 과정에서 “통화정책도 의회 감사를 받아야 한다”며 “(당선되면) 벤 버냉키 의장을 재지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도 공화당원이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지명됐다.

일부 경제 분석가들은 연준이 2010년 강력한 부양정책을 쓰지 못한 것은 이미 정치권 압력이 작동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대규모 구제금융 시행 등으로 연준의 고위 집행부가 이런 압력을 자초했다는 의견도 있다.

김명호 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