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신 전환 설정된 유선전화 190대 설치… 통진당 여론조사 조작 이정도였나
입력 2012-09-03 22:01
지난 4·11 총선 당시 서울 관악을 지역구의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선거 캠프가 치밀한 사전 계획에 따라 여론조사를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직전 일반전화를 대량 개설하고 조사 때는 실시간으로 진행 상황 정보를 빼내 지지자들에게 허위 응답을 독려하는 문자를 대량 발송, ‘유효한’ 지지표를 모으는 식이다. 이 전 대표 보좌진, 선거 캠프 관계자 등 10여명이 역할을 분담해 이 과정에 가담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표의 5급 비서관 이모(37·구속기소)씨 등 8명은 여론조사를 앞두고 선거사무실, 후원회사무실, 팬카페사무실 등에 190대의 유선전화를 개설했다. 이 전화기들은 전화가 걸려오면 사전에 약속된 당원이나 지지자들의 휴대전화로 착신이 전환되도록 설정됐다. 검찰은 전화 개설 시기가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이 야권연대에 합의한 지난 3월 10일부터 여론조사일인 3월 17, 18일 사이에 집중된 점에 비춰 다분히 여론조사를 대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조사 당일 여론조사를 맡은 M리서치에 참관인으로 나간 통합진보당 대외협력위원장 이모(53·구속기소)씨는 현장에서 연령대별 여론조사 진행 상황 등 정보를 입수, 선거사무실에 실시간 보고했다. 사무실에서 대기하던 조모(38·6급 비서·구속기소)씨 등 보좌진은 이에 맞춰 유권자 247명에게 연령과 성별 등을 허위로 응답할 것을 독려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지금 ARS 60대로 응답하면 전부 버려짐. 다른 나이대로 답변해야 함’ 등의 내용이었다. 조사 결과 190대의 전화 가운데 54대에서 ARS 조사에 응했는데 전원 이 전 대표를 지지했다. 그중 타 선거구에 거주해 응답 자격이 없거나 나이·성별 등을 속인 사례가 44건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3일 5급 비서관 이씨 등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불구속 입건된 43명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이 전 대표와 7급 비서, 선거캠프 관계자 등이 포함됐다. 이 전 대표 소환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