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王, 무릎꿇고 사죄하라” 대사관 앞 단식농성… 한 80대 노인의 한 맺힌 분노

입력 2012-09-03 19:07

한 80대 노인이 최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에 항의하기 위해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24시간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서울 상계동에 사는 서진섭(80)씨는 3일 오후 2시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키히토 일왕에게 보내는 서한을 낭독한 뒤 위안부 소녀상 옆에 설치된 빈 의자에 앉아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서씨는 4쪽 분량의 서한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직접 사죄하라고 한 말에 대한 시비걸기를 즉각 중단하라”며 “일왕은 대한민국 국민과 성노예 할머니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밝혔다.

경기도 여주가 고향인 서씨는 일제 강점기에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그는 “초등학생 때 일본 군인들이 마을에서 처녀들만 끌고 가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났다”며 “마을 어른들은 자신의 딸이 어디로 가는지, 무슨 일을 당하는지 전혀 몰랐다”고 회상했다.

서씨는 자신의 초등학교 시절도 떠올리며 “일본어 대신 한국말을 했다는 이유로 하루 종일 벌을 선 적도 있다”며 “내 이름도 못 쓰고 일본 이름을 억지로 쓰던 걸 생각하면 아직도 설움이 북받친다”고 말했다. 6·25 당시 학도병으로 복무했던 그는 “전쟁을 겪으면서 일본의 식민 지배가 없었다면 분단도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욱 화가 났다”고도 말했다.

서씨는 몇 해 전 서울에서 일본 대학생들과 만나 “한국인들은 일본이 과거 만행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하면 용서할 줄 아는 민족이라고 했더니 모두 수긍했다”며 “최근 일본의 태도를 보고 참을 수 없어 단식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1950년대 중반부터 70년대까지 일간지 지방주재 기자로 일했다는 서씨는 한국 젊은이들도 근대사에 대해 자세히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식을 마치는 4일 오후 일왕의 사죄를 요구하는 서한을 일본대사관에 보낼 예정이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