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일·또로… 열 톱스타 부럽지않네

입력 2012-09-03 22:57


세계적 불황으로 중화학공업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지만 기업들의 캐릭터만큼은 귀엽고 발랄하다. 석유 타이어 에너지 건설 등 무거운 산업에서 캐릭터 마케팅이 대세가 되고 있다.

에쓰오일은 이달 말 추석을 앞두고 대표 캐릭터인 구도일(GooDoil)의 인형을 제작하고 있다. 우수고객용 사은품인데 아이들까지 온 가족이 한 차량에 모이는 추석 귀성 시즌이 타깃이다. 지난 5월 세상에 나온 구도일 캐릭터는 에쓰오일이 7년째 내세우고 있는 ‘좋은 기름(Good oil·굿 오일)’이란 뜻을 담았다. 제작은 제일기획이 맡았다.

정유업계는 지난달 수출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12.3%가 감소했다. 최대 수출시장이던 중국의 수요가 줄고 있고 석유화학제품 평균 단가가 지난해보다 t당 212달러씩 떨어지는 등 악재가 겹쳐 있다. 이런 상황에도 노란 구도일 캐릭터는 소비자를 향해 즐겁게 웃는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기름은 보거나 만져서 그 품질을 알기 어려운데 캐릭터를 이용해 브랜드에 대한 느낌을 좀 더 친근하게 전달하고 있다”면서 “소녀시대 윤아 등 모델 투입 때보다 효과가 오래간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역시 캐릭터 ‘또로’를 내세워 경쟁사인 한국타이어의 톱모델 이민정에 맞서고 있다. 눈사람 모양의 또로는 아이들을 사로잡았던 텔레토비 외모에 귓바퀴가 타이어인 게 포인트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캐릭터는 빅모델보다 제작비용이 10분의 1 수준일 뿐만 아니라 CG 기술로 원하는 바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또로는 광고에서 운전자의 주행습관까지 고려해 설계한 타이어의 장점을 설명하고, 금호타이어가 협찬한 극장에선 비상대피 안내 설명도 맡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4명의 슈퍼히어로 캐릭터로 이름만 들어선 뭐하는 기업인지 잘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 “전 세계 광구에서 유전을 개발한다”며 기업을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정대우 과장 캐릭터가 빛을 보자 ‘정대우 밴드’를 조직해 ‘체이체이 체인지송’을 퍼트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B2B 위주의 무거운 기업 이미지를 중화시키고 제작비용도 저렴해 당분간 캐릭터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