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 ‘FM공법’ 블랙스미스 ‘미역국 파스타’ 등 식품업계도 ‘특허전쟁’ 불꽃
입력 2012-09-03 18:57
식품업계에 특허신청이 늘고 있다. 대형 식품업체의 메뉴 및 가공기술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중소식품업체와 제휴해 상품을 만들어 특허를 출원하는 등 ‘특허’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그간 업계가 골머리를 앓았던 ‘미투(me too) 상품’을 근절하겠다는 의미다.
식품업계에서 특허를 신청하는 경우는 대부분 가공기술과 관련된 것이다. 동원F&B는 40년간 축척된 동원의 참치 가공 노하우에 어묵제조법 등 다른 식품공법이 어우러진 FM(Fish Mold) 공법에 대한 기술 특허를 추진 중이다. 2010년 말 출시해 지난해 연 매출 100억원을 달성한 동원F&B ‘델큐브 참치’는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고 참치, 카놀라유 등을 배합해 반죽, 네모난 참치 모양을 만드는 FM 공법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메뉴 자체에 대해 특허를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카페베네의 브랜드 이탈리안 패밀리 레스토랑 ‘블랙스미스’는 지난 6월 출시한 ‘미역국 파스타’ 메뉴로 특허 출원을 신청했다. ‘미역국 파스타’는 블랙스미스가 개발한 퓨전 한식 메뉴로 이탈리안 요리인 파스타에 대표적인 한식인 미역국을 결합해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맛을 낸 제품이다
지역에서도 특산품을 활용한 메뉴를 개발해 상품화해 특허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전북 익산시 농업기술센터는 최근 ‘고구마막걸리’와 ‘고구마냉면’이 특허출원에 성공했다. 또 전북 정읍시는 ‘정읍 매운갈비찜’, ‘복분자 불고기’, ‘내장산 버섯해물 가마솥밥’, ‘산채전’ 등 내장산을 대표하는 관광음식 네 가지를 개발해 특허출원을 추진 중이다.
식품업계 특허 바람은 식품업계에서 미투 상품으로 인한 분쟁이 늘어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가장 대표적인 ‘미투 분쟁’은 오리온과 롯데의 ‘초코파이’ 전쟁이다. 1974년 출시돼 꾸준히 국민의 사랑을 받아 온 오리온 초코파이에 대항해 롯데제과에서도 79년 초코파이를 만들었다. 양사는 상표 등록을 놓고 법정 공방을 벌였고 법원에서 롯데 측의 상표권을 인정하면서 분쟁은 일단락됐다.
그 밖에도 롯데제과의 ‘자일리톨’과 오리온의 ‘자일리톨’, 최근에는 코카콜라의 ‘글라소 비타민 워터’와 롯데칠성음료의 ‘데일리 C 비타민 워터’까지 식품업계에서는 경쟁사의 제품이 잘 팔리면 기능에서부터 디자인까지 비슷한 제품이 줄줄이 출시되는 경향이 짙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제품의 소비자 반응이 좋으면 후발 주자는 제품 연구에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어느 정도의 매출을 올릴 수 있어 미투 제품이 많이 나온다”며 “그러다 보니 식품업계에서도 문제의 씨앗을 미리 없애기 위해 특허 신청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