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물가 2000년 이후 최저치라는데…
입력 2012-09-03 18:43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2%로 2000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와는 정반대다. 상추 한 봉지(200g)값이 3000원을 훌쩍 넘고 전국의 휘발유값은 ℓ당 2000원을 넘어서는 등 곳곳에서 물가 비상을 호소하는 게 현실이다. 오히려 두 번 연속 몰아친 태풍, 국제곡물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생활물가 불안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정부가 정책에 활용하는 물가 통계와 체감물가의 격차가 왜 이렇게 큰 걸까.
통계청이 2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물가가 얼마나 더 올랐는지를 나타낸 수치다. 그런데 지난해 8월은 집중호우, 구제역 후폭풍 등으로 물가가 폭등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4.1%를 기록해 2011년 한 해 중 가장 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달이었다. 각종 채소류·육류 등 가격이 반영되는 신선식품지수의 경우 지난해 8월은 114.7로 금(金)배추 파동을 겪었던 2010년 10월(116.5)에 버금갔다. 이 때문에 올해 8월 채소류 가격 등이 가뭄과 폭염 등 영향으로 급등하면서 신선식품지수가 111.1에 달했음에도 지난해 대비로는 2.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기저효과’ 때문에 물가 상승률이 낮은 것처럼 보였을 뿐이라는 얘기다.
실제 올해 들어서의 흐름만 보면 생활 물가 불안은 오히려 다시 커지는 모습이다. 8월 물가지수는 1개월 전보다 0.4% 올랐다. 6, 7월 두 달 연속 하락세였던 전월대비 상승률이 다시 오름세로 바뀐 것이다. 양상추(90.0%), 시금치(64.2%), 부추(46.7%), 상추(24.4%) 등 신선채소와 과일값이 전월 대비 크게 급등했는데, 여기엔 아직 8월 말에 발생한 두 차례 태풍의 영향도 다 반영되지 않았다. 추석을 앞둔 상황에서 태풍으로 인한 수산 양식피해, 과실 피해 등이 반영되면 9월 물가는 더 크게 불안해질 우려가 높다. 서민 생활 부담의 주범인 전셋값도 지난달보다 0.3% 상승했고, 1년 전보다는 4.6% 올랐다. 게다가 연말로 갈수록 국제곡물가격 급등에 따른 가공식품, 사료가격 인상으로 국내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8월 물가는 농산물, 석유제품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기저효과 등 때문에 안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9월 이후로는 태풍 여파와 국제곡물가 상승 등의 불안요인이 높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