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악몽 다시 없게” 교계, 아동 음란물 추방 나섰다
입력 2012-09-03 21:23
한국 ‘아동 포르노’ 세계 6위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등 아동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 교계가 아동 성범죄 근절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지난 1일부터 아동 성범죄의 ‘촉매제’로 작용하는 아동 포르노의 제작·유포·소장 등을 근절하기 위한 ‘노 차일드 포르노(No Child Porno)’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3일 밝혔다. 초록우산은 지난해 아동성범죄자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인 ‘나영이의 부탁’ 캠페인을 전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초록우산 관계자는 “아동 성폭력범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과 포르노 소비는 무관하지 않다”며 “아동포르노 소지나 다운로드는 엄연한 범죄행위인데도 이를 모르는 이들이 많아 이번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서명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날 현재 참여자가 1만 6000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아동 음란물 유출·소지에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국 인터넷감시재단의 2009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에서 6번째로 아동음란물을 많이 제작하는 국가다. 미국이 50%로 가장 많았고, 러시아(14.9%), 일본(11.7%), 스페인(8.8%), 태국(3.6%), 한국(2.16%) 등의 순이었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아동 성범죄의 이면에는 어김없이 아동 포르노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통영 초등생 사건의 범인이 보유하고 있던 음란 동영상 중 절반이 아동 포르노였고, 2007년 안양 초등생 살인사건, 2년 전 김수철 사건에서도 범죄자의 개인 컴퓨터에서 아동 포르노가 발견됐다. 이번에 나주 초등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고종석 역시 아동 포르노에 빠져있었다.
음란물을 보는 모든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성적충동을 억제하기 힘든 사람에게는 범의(犯意)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동 포르노물은 아동학대에 대한 불감증을 증가시킬 수 있고 아동과의 성행위가 용인된다는 착각을 갖게 할 수도 있다.
권수영 연세대 상담학과 교수는 “아동 성범죄자들은 낮은 자존감 때문에 성인 여성과 만남을 두려워 한다”며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아동 포르노물을 보면서 대리만족 하고, 자신보다 약한 아동을 범죄 대상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아동 성범죄 예방에 대한 한국 교회의 관심을 모으기 위한 운동도 펼쳐진다. 경기도 양평에 피학대아동을 위한 놀이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열린문청소년재단(대표 황점곤)은 오는 11월 20일 광림교회 장천홀에서 ‘학대받은 아이들을 위한 열린문 음악회’를 열기로 했다.
재단은 행사를 통해 교회가 아동성범죄 예방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자는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다. 황점곤 대표는 “아동폭력을 당한 아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방법이 적용돼야 한다.”며 “교회에서 치유프로그램을 통해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를 함께 보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준 가해자 역시 성장 과정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학대받은 불쌍한 존재라며 치유가 필요하다.
고병인 한국회복사역연구소장은 “가해자들은 대부분 어린시절 성적인 학대와 폭력을 당하거나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사람들”이라며 “결국 건강한 사람을 길러내기 위해 건강한 가정의 회복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고 소장은 “성범죄의 배경에는 알콜 중독, 포르노 중독, 성 중독 등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며 “중독치유를 위해 가정회복 프로그램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가정문화원 대표 두상달 장로는 “교회가 정서적인 관심과 사랑으로 돌보는 사명을 다할 때, 이같은 범죄를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굿네이버스와 세이브더칠드런 등 국내 NGO들도 아동성범죄 근절을 위해 나선다. 이들 NGO는 아동성범죄 예방 캠페인과 함께 유아교육기관과 초등학교에서 아동권리 기본교육을 펼치기로 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