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임금·기력 잃는 제조업… 中 ‘중진국 함정’ 빠졌나
입력 2012-09-03 18:49
세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중국 경제가 하락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는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유로존 위기에 더해 중국인들의 욕구 분출로 인한 급격한 임금 인상이 해외 주문 감소와 제조업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바클레이즈증권은 2일(현지시간)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7.0∼7.5%로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바클레이즈증권은 “중국 내 수요가 줄어들고 해외 상황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어서 제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정책 수단을 내놓지 않으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7.5∼8.0%보다 낮춰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HSBC가 3일 발표한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47.6으로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물류구매연합회가 조사한 비제조업 PMI도 지난달 49.2를 기록, 올 들어 처음 50선 아래로 내려갔다.
BBC는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돈을 벌어도 쓰지 못하고 집값과 집세를 감당하기 위해 더 빚을 내야 할 지경이어서 중국 내 소비창출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수출과 소비가 줄어드니 생산이 안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제조업체들의 중국 이탈 조짐이다. 중국 칭다오에 진출했던 한국 귀금속 가공업체들이 지난달 무더기로 전북 익산으로 유턴했다. 미국 기업의 중국 법인 설립도 눈에 띄게 줄어드는 가운데 오히려 동남아에 진출하는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 제조업 이탈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임금 상승이다. 지난해 중국의 최저임금은 22% 올랐다. 중국은 2015년까지 매년 임금 인상률을 13%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보험료까지 포함하면 기업이 부담하는 인건비는 2년 만에 2배 이상 오르는 셈이다.
중국이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내재돼 있던 계층간 소득격차와 이에 따른 욕구 분출로 인해 더 이상 고도성장을 이룰 수 없는 ‘중진국의 함정’에 빠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다음 달 소득개혁 분배정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각종 이익단체들의 반대에 부닥친 데다 경기마저 악화돼 최저임금, 배당금 분배, 고소득자에 대한 징수 등 주요 사항은 뒤로 미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국영기업의 영업이익 절반을 사회복지기금으로 전환키로 했으나 이 역시 당분간 연장키로 했다는 로이터통신의 최근 보도 역시 중국 사회가 성장분배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화통신 산하 경제지 경제정보일간은 진아이웨이 국가발전계획위원회(NDRC) 연구원을 인용, 중국이 소득분배에서 공정성과 정의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외부에서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주문했다. 호주뉴질랜드 뱅킹그룹의 중국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리우 리강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정책 수단을 쓰지 않으면 중국의 차기 정권은 경착륙한 경제 상황을 물려받게 될 것”이라며 “인민은행이 이자율을 더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