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00여일 ‘자제론’ 확산… 조용히 끝난 민주 의총 안팎

입력 2012-09-03 23:39

민주통합당 의원총회는 일단 조용히 끝났다. 지난 주말 흘러나온 ‘지도부 사퇴론’을 놓고 한바탕 논쟁이 예상됐지만 ‘대선 경선에 부담을 줘선 안 된다’는 기류가 형성돼 잠복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하지만 6·9 전당대회 때 불거진 ‘이(이해찬)-박(박지원) 담합설’에 이은 최근 경선 파행 논란이 ‘친노-비노’ 계파 갈등으로 번졌고, 공천헌금 의혹까지 제기된 터여서 인적 쇄신을 염두에 둔 혁신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일 오전 9시 시작된 민주당 의원총회는 충돌 양상을 감지한 듯 ‘정책 의총’이란 이름으로 진행됐다. 당론 발의 법안만 의제로 제한해 1시간가량 논의가 이어졌다. 이후 보좌진과 당직자들이 퇴장한 뒤 5분 자유발언 기회가 주어졌지만 ‘이-박 2선 후퇴론’을 주장한 의원은 없었다. 지도부 쇄신론을 꺼낼 것으로 보였던 황주홍 의원은 의총장을 빠져나가며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라는 생각들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선이 100여일 남은 상황에서 “자제하라”는 요구가 확산되자 황 의원 등 초·재선 의원들은 전날 밤 비공개 회동을 갖고 “좀 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한다. 그러나 황 의원은 “의제 자체가 죽은 것은 아니다”고 여운을 남겼다.

당내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시민사회 출신의 초선의원 8∼9명이 ‘혁신논의모임’(가칭)을 구성해 당 혁신안을 논의 중이고 김동철 의원 등 10여명도 지난달부터 당 상황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한 의원은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정권교체를 위해 당이 하나로 뭉칠 시기에 지도부가 창밖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검찰의 행보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면서 “이런 와중에 공천헌금 비리 의혹까지 터졌는데 사실이든 아니든 누군가는 결단해야 한다. 이달 말 경선 직후 재차 쇄신안이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지도부 내부에서부터 쇄신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종걸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현 지도부 신임 문제 및 인적 쇄신도 불사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강기정 최고위원도 “정권교체가 어려울지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느껴지는 상황을 개선하지 못한 지도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밤 서울 흑석동 중앙대병원에 마련된 김한길 최고위원 모친상 상가에서 김두관 전 경남지사 선거 캠프 고문인 김태랑 전 국회 사무총장이 “당 꼬락서니가 이게 뭐냐”며 박지원 원내대표와 실랑이를 벌이다 박 원내대표에게 플라스틱 물병을 던져 소란이 빚어졌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