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부녀간 인륜보다 정의 우선”… 가까이 하기엔 아직 먼 ‘朴-비박’

입력 2012-09-03 19:08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이명박 대통령과 단독 회동을 가지면서 당내 화합의 메시지를 던졌지만 비박(非朴·비박근혜) 측은 냉랭하게 반응했다. 당분간 박 후보의 ‘비박 끌어안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재오 의원은 3일 “주말에 1989년 제작된 영화 뮤직박스를 봤다. 2차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전범 아버지를 고발하는 변호사 딸의 고뇌를 다룬 영화”라며 “부녀 간의 인륜보다 정의가 우선한다는 감명 깊은 영화였다”는 소감을 트위터에 남겼다. ‘부녀 간 인륜’은 박 후보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관계, ‘정의’는 유신에 대한 평가를 떠올리게 하는 글이다. 홍사덕 전 의원이 “박 후보와 박 전 대통령은 천륜”이라며 유신 조치를 옹호한 데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경선 직후 박 후보와 경선 완주 비박 주자들의 오찬회동이 성사되자 ‘불통·사당화’ 분란이 일단락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박 후보가 이 의원, 정몽준 전 대표와도 개별 연쇄 회동을 가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의원은 ‘정의구현을 위해서라면 딸이 아버지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발까지 해야 한다’는 강도 높은 대답을 내놓은 셈이다.

이 의원과 정 전 대표는 이날 박 후보와의 만남에 대해 시큰둥한 모습을 보였다. 이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나는 것이 아니다”며 “박 후보 쪽에서 연락이 온다면 두고 보자”고 했다. 정 전 대표는 “당원으로서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면서도 “그쪽이 바쁘다”고 말했다. 이에 박 후보는 “지난번에 만나려고 했는데 시간이 안 맞아 못 만났다”며 “기회를 보겠다”고 밝혔다.

비박 측은 만남 자체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이 의원 측근은 “박 후보가 아직은 덜 절박한 것 같다”며 “야당에서 대통령 후보가 나오고 박 후보 본인이 힘에 부치기 시작하면 그때 가서야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