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영아돌연사증후군

입력 2012-09-03 17:58


얼마 전 경기도 광주와 광명에 있는 어린이집에서 잠을 자던 생후 4개월 영아가 잇따라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분유를 먹고 잠을 자던 중이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한 영아는 엎드려 자던 중 사망 사고를 겪어 눈길을 끌었다. 이는 분유나 이유식을 먹이고 바로 영아를 엎어 재운 것이 사망 사고를 유발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사망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1세 미만 영아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영아 돌연사 증후군(SIDS)’이라고 한다. SIDS는 영아 사망의 39%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성별로는 남자, 계절별로는 겨울에, 연령별로는 생후 6개월 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돼 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영아 돌연사 증후군은 2009년 조사기준 연간 84명(출생아 1000명당 0.2명꼴)이다. 대개 등을 방바닥에 대고 똑바로 눕혀 재우면 뒤통수가 납작해진다는 이유로 엎드려 재운 게 사고의 원인이다.

SIDS 발생 시 현장에서의 심폐소생술 실시 비율이 낮다는 점도 문제다. 아기가 축 늘어져 숨을 쉬지 않으면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기 일쑤인데, 이때는 당황하지 말고 즉시 아기의 입, 코 주변에 있는 토물을 잘 닦아 내고, 바로 가슴을 압박하는 심장 마사지를 실시해야 한다.

심장 마사지는 2분간 둘째와 셋째 손가락, 또는 셋째와 넷째 손가락을 이용해 아기의 왼쪽 젖꼭지 아래 부위를 부드러우면서도 약간 강하게 눌러줘야 한다. 아기가 생후 2개월 미만의 신생아여서 너무 작을 경우에는 양손으로 가슴을 감싸 쥐고 양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눌러주는 방법으로 마사지를 한다. 그리고 119에 신고한 후에도 앰뷸런스가 도착할 때까지 계속 가슴 압박을 해 준다. 주위에 다른 사람이 있다면 본인은 계속 심장 마사지를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119 구조 요청을 하도록 한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질식 영아의 경우 구조요청도 중요하지만, 심폐소생술 시행이 최우선이라는 사실이다. 심폐소생술의 순서는 과거 A(airway, 기도확보)→B(breathing, 호흡)→C(circulation, 순환)에서 현재 C→A→B 순서로 바뀌었다. 그나마 일반인은 인공호흡을 시행하지 않고 가슴을 압박하는 ‘가슴압박소생술(hands-only CPR)만 권장한다. 또 성인은 가슴압박을 5㎝ 이상의 깊이로 분당 100회 이상 하도록 권장하지만, 영아의 경우엔 갈비뼈가 부러질 위험이 있으므로 2∼3㎝ 깊이로 분당 100회 이상이 적당하다.

SIDS, 즉 영아 돌연사 증후군을 ‘아이돌’ 식으로 줄이면 ‘영돌증’쯤 될 터인데, 이 말을 다르게 해석하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증후군’이 될 것이다. 우리의 사랑스런 아기들이 영원히 우리 품에 돌아오지 못하는 사태를 막으려면 사고 발생 현장에서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예방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세진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