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범죄 대책] 가정해체로 인한 심리적 고립·범죄 유혹… ‘무직 외톨이’ 80만 그들을 품자
입력 2012-09-03 22:13
최근 강력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대부분 가족과 연락을 끊고 직업도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범 고종석(23)과 서울 중곡동 주부 살해범 서진환(42)은 가족과 연락을 끊은 채 떠도는 ‘외톨이’였다. 사회와 가족에 버림받아 고립된 생활을 해온 낙오자들이 극단적인 범죄의 유혹에 빠져든 것이다.
이에 따라 흉악범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과 함께 취약 계층에 대한 사회 안전망 구축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홀로 사는 사람 가운데 15세 이상 60세 미만 미취업자는 2010년 기준 80만330명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로 조사된 전체 281만1741명 중 약 30%가 직업이 없었다. 남자는 절반 수준인 40만176명에 달했다. 이는 2005년 35만3169명이었던 것에 비해 5년 새 5만명가량 증가한 수치다. 남녀 전체로 보면 ‘나홀로 무직자’는 2005년 72만552명에서 8만명 정도 많아졌다.
전문가들은 ‘나홀로 무직자’가 증가하는 이유로 가정 해체와 취업난을 꼽았다. 한국노동연구원 반정호 연구원은 “가정 해체를 겪은 1인 가구는 노동시장에서 취약계층에 속할 가능성이 크고 임금이 낮아 저소득층이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가족이라는 안식처가 없는 이들은 심리적 고립에 빠지게 되고, 이혼 등 가정 해체를 겪으면서 정상적인 성 관념도 흐트러져 특히 성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경제적 어려움이 깊어지면 ‘묻지마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도 더욱 커진다. 경찰대 행정학과 이웅혁 교수는 “사회적 연결고리가 약한 이들은 사회에서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자신을 고립시킨 사회에 대한 불만을 범죄로 해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나홀로 무직자’와 같은 취약계층에게 음란물은 범죄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 동국대 곽대경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인 가족이나 무직자 등 소외계층에게 음란물은 매우 흔한 유흥 수단이고 범죄를 유발하는 촉매제가 된다”며 “소외 계층을 위한 직업 교육과 문화적 혜택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들이 왜 ‘나홀로 무직자’가 됐는지도 주목해야 한다. 고려대 사회학과 김준호 명예교수는 “직업 없이 혼자 살면서 고립된 데는 분명 이유가 있고, 이것이 범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며 “여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근본 대책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