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김용백] 새로운 치산치수 필요하다
입력 2012-09-03 18:54
잇단 태풍 피해를 복구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추석 명절을 앞둔 피해 농어민들의 심정은 아마도 피땀이 밴 한숨 그 자체일 것이다.
올 들어 지난여름까지 겪은 기상변화는 짧은 기간 가장 변화무쌍했다. 봄가뭄에 이은 집중호우로 곳곳에 물난리가 났다. 폭염과 열대야가 닥쳤고, 다시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급기야 대형 태풍 ‘볼라벤’에 이은 ‘덴빈’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강풍과 폭우를 뿜어댔다. 불과 6개월 만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땜질 처방을 하며 전전긍긍했다. 그 바람에 국민들은 상당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한반도 기후변화는 이미 우리의 생활태도와 관념을 뛰어넘을 정도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 기후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체계 구축을 재촉하고 있다.
본격화된 기후변화 피해
최근 돌풍을 동반한 강우량 300∼400㎜ 이상의 기록적 집중호우가 빈번하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화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역 농작물과 어종, 해조류는 온대성에서 아열대성으로 꽤 진전됐다는 보고들이 나온다. 바닷물 수위가 상승하면서 해안이 침식되고, 바닷물 온도가 올라 태풍이 강해지고 있다. 해류가 변해 어종도 바뀐다.
지구 온난화 탓이겠지만, 한반도를 지나는 태풍들의 발생 지점이 동쪽으로 이동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태풍은 이제 거침없이 바닷길만을 달려 한반도를 강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수증기를 흠뻑 품은 태풍은 바람이나 강우에서 보다 강력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태풍 2개의 진로나 성격이 기상 당국이 예상했던 패턴과 상당히 차이가 났던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번 태풍들로 매립지역이 많은 목포지역의 침수, 지난달 13일 집중호우에 이어 보름 뒤 태풍에 의한 군산지역의 반복적인 침수, 지난달 15일 순간 폭우로 서울 강남역 일대 침수 등은 모두 예견됐다. 단지 대비책을 서두르지 않아 수해로 이어졌다.
두 태풍으로 심각한 피해를 당한 전남·광주지역은 물적 피해가 3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됐다. 인적 피해는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피해액수만큼을 사전에 투여해 재난대응 시스템을 확고히 구축했다면 피해 결과는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적극적인 대응책 준비할 때
지자체들이 지형적, 지리적 요인을 이유로 미봉적 처방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것을 일깨운다. 세금 내고 공적 서비스를 받는 주민이 지자체나 주무기관의 나태로 인명 피해나 재산 손실을 억울하게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기후변화는 이제 새로운 게 아니다. 적절한 대응과 적응의 문제로 우리에게 성큼 다가섰다. 태풍은 보다 강한 비바람을 동반하고, 이상 날씨도 빈번할 것이다. 따라서 즉응성(卽應性)을 강화하지 않은 대응은 피해를 줄일 수 없다.
지자체 스스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최소화는 물론이고, 지자체가 먹고살기 위한 산업구조의 변화와 특화도 미룰 수 없다. 지자체별로 다양하고 특징적인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이를 광역 시스템화하는 노력도 이뤄져야 한다. 물론 중앙정부의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예로부터 위정자들의 고민은 ‘함포고복(含哺鼓腹)’과 ‘치산치수(治山治水)’였다. 지금도 국민이 잘 먹고 잘사는 문제, 국민을 재해로부터 보호하는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들의 막중한 과제다.
기후변화에 따른 치산치수의 새로운 해석과 대응이 절실해졌다. 지역 주민들은 자치단체장 선출에 있어 치산치수 지략(智略)을 가장 큰 덕목으로 삼아야 할 듯싶다. 그래야 자신은 물론 가족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도모하고,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지 않겠는가.
김용백 사회2부장 yb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