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잠재적 위험군 80만명을 음지에서 끌어내자
입력 2012-09-03 22:01
소외계층 위한 직업교육과 문화혜택 절실
끔찍했던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과 서울 중곡동 주부 살인, 여의도의 ‘묻지마’ 칼부림 사건 등 최근 잇따라 발생한 강력사건으로 전 국민이 범죄의 공포에 빠져있다. 가장 보호받아야 할 여자 어린이가 등·하교 길은 물론 집에서 잠잘 때조차 안심할 수 없으니 어른들의 체면이 서지 않는다. 도대체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는 어디서 뭐하고 있었는지 알 길이 없다.
빗발치는 여론에 떼밀려 경찰이 어제 방범비상령을 선포하고 성폭력 예방부서를 신설하는 등 부산을 떨었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단속하는 대책팀을 만들어 제조자는 물론이고 배포하거나 소지하는 사람까지 엄벌한다고 한다. 어린이 상대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진작 취해졌어야 할 조치가 이제야 시행된다니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는 않지만 다행이긴 하다.
이 시점에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는 과연 이 같은 흉악한 범죄를 원초적으로 막거나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없느냐 하는 점이다. 무엇보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일정한 직업 없이 살고 있는 80만명의 잠재적 위험군을 주목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힘든 데다 사회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아 시한폭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주 어린이 납치 성폭행 사건의 고종석이나 중곡동 사건의 서진환과 여의도 칼부림 사건 범인도 이 부류에 속한다.
이들 소외계층은 불우한 가정환경 등으로 생존 경쟁에서 뒤처져 사회에서 도태됐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즐거움을 찾을 마땅한 방법이 없어 범죄의 구렁텅이로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싼 값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타락한 음란물을 접하면서 악마의 유혹에 넘어갈 수 있다. 따라서 범죄 유해환경 제거와 함께 이들이 보통 시민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밝은 세계로 인도할 지혜가 필요하다.
범죄가 개인의 타고난 품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냐 아니면 성장과정에서 사회의 영향을 받으며 잉태하는 것이냐는 오랜 논쟁이 있긴 하지만 ‘사회적 책임론’이 대세가 된 지 오래됐다. 그러기에 아무리 흉악한 범죄인이라도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교화행정이 현대 교정행정의 주를 이룬다. 따라서 소외된 80만명을 떳떳한 사회구성원으로 참여시킬 수 있는 방안은 강력범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그렇다고 기존의 강력범을 가볍게 처벌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법부의 온정주의가 흉악한 범죄의 재발방지에 실패했다는 점은 이미 사법부도 자인하고 있는 만큼 선고형량을 대폭 높여야 할 것이다. 선진국에 비해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은 아동 음란물 소지죄는 엄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당장 법을 바꿔야 한다.
강력 범죄는 시민 불안을 초래할 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이번 기회에 범죄자 응징과 함께 소외 계층을 위한 직업교육 등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종교, 시민 사회단체들이 힘을 합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