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뉴질랜드서 한국 와 가난한 이들 속으로… 안광훈 신부 철거민·달동네 주민 위한 ‘헌신의 삶’

입력 2012-09-03 19:38


브레넌 로버트 존(한국명 안광훈·71·사진) 신부는 스물다섯 살이던 1966년 9월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65년 고향 뉴질랜드에서 성직자 서품을 받은 지 1년 만이었다. 호주 브리즈번을 거쳐 화물선을 타고 한 달 만에 도착한 한국은 그의 두 번째 고향이 됐다.

서울시는 32년간 서울 철거민과 달동네 주민들의 주거지원을 위해 헌신한 안 신부를 ‘2012년 제10회 서울시 복지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시상식은 4일 오후 2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박원순 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2012 서울사회복지대회’ 행사와 함께 열린다.

‘달동네 주민의 대부’로도 불리는 안 신부는 69년 강원도 정선에 부임한 후 72년 저소득층의 대출을 위한 정선신용협동조합을 설립했다. 가난한 주민들과 함께 한 계좌당 100원씩 모아 만든 조합은 현재 4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75년엔 마땅한 지역병원이 없던 정선에 성프란치스코 의원을 건립했다.

그는 81년 서울로 올라온 이후에도 저소득층 복지를 위해 꾸준히 힘썼다. 88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보상금도 못 받고 쫓겨난 목동 철거민들을 위해 당시 금액으로 1000만원을 쾌척, 철거민들의 새 보금자리 마련을 도왔다.

삼각산동 달동네가 철거 위기에 처한 95년에도 안 신부는 미아7동에 철거민들을 위한 이주단지를 만들었다. 철거민들의 임대주택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솔뫼신용협동조합을 설립했다. 그는 일흔 살이 넘은 현재까지도 송천동 전셋집에 거주하며 도시빈민을 위한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시는 자원봉사자 분야 최우수상에 지난 10년간 문래동 독거노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쳐 온 홍인식(58)씨를 선정했다. 후원자 분야 최우수상은 33년간 홀트아동복지회에서 버려진 아이들과 장애아동을 위한 후원문화 정착에 힘써온 서영자(72)씨가, 복지종사자 분야 최우수상은 소아마비를 극복하고 88년부터 장애인복지사업 전문가로 활동 중인 김선이(41)씨가 받는다.

TV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출연한 여배우 윤세아(34)씨도 2010년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홍보대사로서의 다양한 홍보활동을 인정받아 서울시장상을 받는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