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단식 돌입, 이정희는 대선출마 시사… 통합진보당, 각자도생의 길로

입력 2012-09-03 23:37

통합진보당 신·구당권파가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섰다. 강기갑 대표는 3일 혁신 재창당 실패에 책임을 지고 단식에 들어간 반면 구당권파인 이정희 전 공동대표는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등 사실상 분당 국면으로 돌입했다.

강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 재창당이 실패했음을 밝히며 “국민과 당원들께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부터 단식으로 속죄하는 기간을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지난달 20일 혁신 재창당 조건으로 구당권파에 이석기·김재연 의원 사퇴 등 3가지 선결조건을 제시했으나 결국 거부당했다.

국민참여당계인 천호선 최고위원은 “더 이상 상황을 기대한다는 것은 국민을 더욱 실망시키는 일”이라며 “이제 결단을 내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국민참여당계는 조만간 집단 탈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고위가 재창당에 대해 어떤 합의도 하지 못하는 동안 이 전 공동대표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그는 “통합진보당의 이번 대선 후보는 고통의 자리라고 생각한다. 쉬운 일이라면 아마 고민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이 전 공동대표는 지난 5월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에 대해 4개월 만에 사과하면서도 이·김 의원 제명에 대해서는 “당의 공식 절차를 거쳐 이미 결정난 문제”라고 항변했다.

이에 신당권파 진보정치혁신모임은 “대선 출마를 위해 껄끄러운 폭력 문제를 털어버리려 하는 이 전 공동대표의 사과에 농락당할 당원과 국민은 아무도 없다”고 비판했다.

노회찬 의원은 구당권파 핵심인 이석기 의원에게 ‘의원직 동반사퇴’를 제안했다. 노 의원은 당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저와 함께 인당수에 몸을 던져 국민에 대한 죄송함과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노력하겠다는 결의를 보여드리자”고 했다. 이 전 공동대표를 향해서는 “정치에도 염치가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이·김 의원 제명안을 부결시킨 김제남 의원이 돌연 구당권파를 비판하며 강 대표지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혁신 재창당안이 거부된 상황에서 새로운 진보정당에 뜻을 같이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김영환씨 고문 의혹 진상규명 촉구 결의안’ 표결 때 종북 논란을 빚은 통합진보당 구당권파인 이석기·김재연·오병윤 세 의원과,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 등 4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장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중국과의 외교적 해결 노력이 우선이지 국회 차원의 결의안 의결이 정답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